12월에게
2007. 12. 17
선생님
올해는 유독 떠나 보내기가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늘 마시는 술인데도 다음 날 쉬 깨지가 않고
주변도 온통 을씨년스런 수근거림으로 소란합니다
이런 연말엔
선생님 계신 안면도 조용한 바다에서 쉬고 싶지만
소원한 제 소식에 앞서 타르볼이 먼저 닿았다고 하더군요
그 곳 세밑도 퍽이나 더딜 성 보입니다
생각해보면
계신 곳 윽박지르는 기름덩이도 필경 자연인데
저 있는 자리 들쑤셔 끄집어 내 놓으니
세상을 향해 시커먼 악다구니를 쏟는다 싶습니다
사람들이
욕지기 뒤집어 쓴 바다를 닦으러 몰려갑니다
갯바위를 닦고 모래를 닦고 뻘을 닦는다 합니다
천년만년 세상을 닦아 온 바다가 참 부끄러울 노릇입니다
세월이 지나면
사람들이 닦은 바다는 겸연쩍은 얼굴로 떠나고
진폐 앓는 기름진 갯가도 맑은 흉터만 남겠지요
선생님의 속상한 바다도 또 다른 한 해 푸른 파도로 웃겠지요
하지만 선생님
마음 속 진득하니 기름때 낀 우리를 어떡합니까
도둑놈 같아도 잘살게 해준다는 말을 차마 뿌리치지 못하는
빌어 먹어도 시원찮을 우리네 가난한 소갈머리를 어떡하면 좋습니까
남으로 남으로
닦아내는 손길 피해 달아나는 상심한 바다가
제 속 하나 제대로 닦지 못해 시커멓게 옹이져가는
대한민국 풀뿌리를 보고 철썩 웃으면 대체 뭐라 해야 할지요
선생님
올해는 유독 떠나기가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쉬 깨지 않아 비틀대도 차례처럼 술자리는 밀려오고
주변은 온통 훌렁 까발려진 시커먼 속내들로 번쩍번쩍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