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舍廊/~2021습작

바다로 갈 것이다

취몽인 2007. 12. 21. 18:26

 

 

 

바다로 갈 것이다

 

                                                           2007. 12. 21

 

초저녁 시린 땅그림자처럼

한 해거름 길게 끌리며 지나간다

보지 않아도 특별히 아쉬울 것 없는 사람들

분주한 눈맞춤을 위해 거리를 떠다니고

무엇인가를 서둘러야 할 것 같아

서랍을 뒤적이고 괜한 전화를 건다

 

우루루 몰려 다니던 시간들

늘어진 사이로 멸치처럼 튀는 사람들

푸르게 몰락하는 서쪽 바다를 바라 본다

안타까운 여백으로 주저하는 다이어리

끝내 완성되지 못할 욕심으로 허옇게 배를 드러내고

발톱 아래엔 바늘 끝처럼 내년이 노려보고 있다

 

새삼스럽게 마저 담아야 할 것은 없다

터진 주머니 아래로 쏟아지는 것도 내것은 아니다

의례처럼 술을 마시고 관계를 토악질 하는 것도

남은 미련을 비틀린 뱃 속이 감당하지 못하는 것

오래 말린 노가리 등을 가르고 맥주를 부어라

죽은 녀석이 오히려 바다를 꿈꾸며 행복하게 떠날 것이다

 

나는 뒤돌아서 떠나는 너를 등지고 갈 것이다

조금의 바다 밀려가는 너를 외면하고

귓볼 시린 하늬바람에 등 떠밀리는 척

굳이 거슬러 남은 시간을 지우러 갈 것이다

수평선 너머 잔뜩 웅크린 채 새로운 음모를 꾸미는 너를 만나러

시퍼렇게 멍든 파도 분해서 우는 동해로 갈 것이다

 

 

'詩舍廊 > ~2021습작' 카테고리의 다른 글

즐거운 시간  (0) 2007.12.26
크리스마스  (0) 2007.12.24
12월에게  (0) 2007.12.17
책 한 권 추천님께  (0) 2007.11.29
옛날 이야기  (0) 2007.1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