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년 뒤의 나에게
2008. 1. 1
자네 아프던 왼쪽 다리는 좀 어떤가?
원래 부실하던 놈을 오십년씩이나 부려 먹었으니
어쩌면 아픈게 당연할 노릇일세
그래도 자리 보전하여 드러눕지 않고
뛰지는 못해도 걸어는 다니니 다행이라 생각하세
딸 아이들도 이제 곧 대학 졸업을 하겠군
어디 마땅한 취직 자리는 구했다던가?
어�던 자네도 이젠 한 시름 놓았겠네 그려
시집이야 지들 벌어서 가면 될 것이고
그 놈들 수발하느라 들던 돈 이젠 제대로 좀 쓰겠구만
참, 이젠 자네 부인이랑 부부 싸움도 그쳤겠지
평생의 반을 같이 살아와도 아직도 다툴 일이 남았는가?
누구는 서로를 포기하면 싸울 일이 없어진다든데
그건 좀 슬픈 일이지, 차라리 싸우는게 지겨워도 정겹지
하긴 뭐 싸움이나 되겠나, 그냥 당하는 거지
결국 부자는 못되었구먼. 딸 만 둘이니 애초에 불가능했지. 농담일세.
평생 먹던 광고 밥 아직도 먹고 있는가 보네
그 나마도 이젠 놓아야 할 때가 되었지? 뭐 할 궁리인가?
몸이 시원찮으니 바다 보이는 곳으로 귀농하겠단 말도 허세일테고
아직도 서점 같은 게 먹고 살만한 일이 될까?
어머니가 여든일세 그려, 건강하신가?
하나님께로 돌아 가시기 전에 갚을 빚은 좀 갚았는가?
그게 갚을려고 해서 갚아 지는게 아닌 성 싶네
죽을 때까지 마음 속에서 자라나는 복리 이자의 빚같이
평생 지고 갈 한이려니 하고 다만 미안하기만 해야 할 것 같네
하나님은, 자네가 그리도 만나고 싶어하던 하나님은 어찌되었는가?
그래, 그것도 그리 쉬운 일은 아니지
누군가 우리 생을 짧은 나그네 길이라 하지 않았던가
그 여행 길에서 쉬 만날 수 있다면 진리의 무게가 너무 가볍지 않은가
천천히 걸어 가세. 이젠 뛰지 않아도 됨을 감사하고 하늘 바라보며 천천히 걸어 가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