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舍廊/하루 에세이

친절한 재덕씨

취몽인 2008. 3. 11. 19:01

2008. 3. 11

 

겨울 양복과 셔츠가 이젠 둔하게 느껴진다. 봄이 제대로 온 것이다.

철 모르는 눈이 4월에도 온 적은 있지만 이미 풀어진 기운은 다시 돌이킬 수 없어 보인다.

 

적당히 타협하고 하루를 보냈다. 줄타기는 언제까지 연장될 것인가?

나로서는 이 줄타기를 즐기는 형편이니까 당장은 괜찮지만

항상 다음을 예비해야 하는 마음은 머리 뒤끝에 여전히 머물러 있다.

몇 몇 가지 새 일이 준비되고는 있으니 참 산다는게 모를 일이다.

 

아내는 마음이 바쁘다. 그 조급함을 달래느라 나 또한 바쁘다.

난생 처음 맞는 일이니 불안도 할 것이다. 아직은 시간이 있어 나도 느긋하지만

막상 닥치면 여러 가지 문제가 있으리라 쉬 짐작된다.

 

오늘 할 일을 또 내일로 몇 가지 미뤘다. 스스로가 한심하다.

 

내일부터 사순절 마지막 열흘이 시작된다.

새벽 기도회를 다시 나가볼 요량인데 아침 잠이 허락해 줄런지 모르겠다.

 

약속도 없는 이 즈음. 가족을 위해 뭔가 조금이라도 더 해야할 것 같은데..

그들이 바라는 건 그저 좀 더 친절해 달라는 것 뿐인데.. 왜 그걸 못할까? 

 

자, 이젠 일상을 접자. 이미 저문 서쪽 하늘 아래 내 집으로 돌아가자.

지쳐도 웃으며 나를 기다리는 가족에게 돌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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