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바도르 달리 <정거장의 때 이른 석화>
십분
2008. 4. 9
"아빠는 지난 날에서 십분을 다시 쓸 수 있다면 뭘 하시고 싶어요?"
봄비 오는 밤
뜬금없는 딸의 질문이
긴 과거로
나를 내몬다
고작 십분,
살아온 날이
사십육년인데
이천사백만분을 넘게 살았는데
삶을
이백사십여만개
조각으로 나눈다
그 속의 나는
그만큼의 조각들
창밖으로
그 조각 만큼이나 많은
검은 비는 내리고
불의의 공격에 어찌할 바를 모른다
사랑
성취
가족
믿음
.
.
.
십분의 무게는
십톤의 무게처럼
불면으로 헤매고
어찌어찌 잠들었는가
검은 봄비는
막 잠에서 깨어 나고
후다닥 빗줄기 창을 때릴 때
아! 불쑥 일어나는 십분
" 돌아 가신 아빠 아버지에게 하지 못한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싶구나."
잠든 딸
방문 앞에서
늦은 답을 중얼거리고 돌아서는데
한 주먹 눈물이 가슴에 쏟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