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나르 뷔페
2008. 4. 8
그의 거리엔 사람이 없다
바늘처럼 꽃이 피고
얼어붙은 새는 하얗게 운다
창백한 피에로
회벽 누런 창틀에 목매고
피곤한 새벽 빈 거리엔
정탐꾼 같은 찬 바람이 바닥에 내려 앉았다
그의 테이블엔 온기가 없다
선으로 색을 자르고
부드러운 벽엔 칼날이 박혔다
빗금 그은 꽁치 두마리
적의를 드러낸 채 누워 있으나
백묵처럼 얼음처럼
푸석하게 잔인하게 마르고 있다
그의 꽃엔 미소가 없다
붉은 얼굴은 짙은 화장이고
눈물 흘리며 운다
그의 나이프는 언제나
티타늄 화이트를 얇게 저미고
또는 날을 세워
나의 긴장에 짙은 금을 긋는다
그의 나라엔 이제 그가 없다
거리를 비우고
온기를 새벽 바람에 실려 보내고
꽃마다 석고를 덧 씌우고
그는 녹슨 나이프를 던진채
그의 빈 풍경 속으로 떠났다
그의 나라는 스산한 빈 무덤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