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舍廊/~2021습작

십분

취몽인 2008. 4. 9. 21:00

                                                              살바도르 달리 <정거장의 때 이른 석화>

 

 

십분

 

                                                            2008. 4. 9

 

 

 "아빠는 지난 날에서 십분을 다시 쓸 수 있다면 뭘 하시고 싶어요?"

 

봄비 오는 밤

뜬금없는 딸의 질문이

긴 과거로

나를 내몬다

 

고작 십분,

살아온 날이

사십육년인데

이천사백만분을 넘게 살았는데

 

삶을

이백사십여만개

조각으로 나눈다

그 속의 나는

그만큼의 조각들

 

창밖으로

그 조각 만큼이나 많은

검은 비는 내리고

불의의 공격에 어찌할 바를 모른다

 

사랑

성취

가족

믿음

.

.

.

 

십분의 무게는

십톤의 무게처럼

불면으로 헤매고

어찌어찌 잠들었는가

 

검은 봄비는

막 잠에서 깨어 나고

후다닥 빗줄기 창을 때릴 때

아! 불쑥 일어나는 십분

 

 " 돌아 가신 아빠 아버지에게 하지 못한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싶구나."

 

잠든 딸

방문 앞에서

늦은 답을 중얼거리고 돌아서는데

한 주먹 눈물이 가슴에 쏟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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