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4. 25 (금)
아침에 비가 제법 오더니 날씨가 꽤 스산하다. 역시 종잡을 수 없는 요즘 날씨다.
어제 밤, 정확히 말하면 오늘 새벽에
아내 가게 영업 결산을 하고 있는데 무늬가 "엄마, 아빠 결혼기념일 축하해요."한다.
그렇군 오늘이 결혼 기념일이었군. 며칠 전까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몇 가지 번잡한 일로 정작
당일엔 잊어버리고 있었던 것이다.
1987년 4월 25일에 결혼했으니 올해로 21년째인 셈이다.
신혼여행지에서 '결혼 10주년이 되면 신혼여행을 다시 오자.'라고 空言(?) 했던 것이
10주년은 고사하고 20주년이었던 작년까지 바쁘다는 핑계로 무사 통과해 버렸었다.
그리고 21주년이 된 오늘.
아내 가게는 인수인계가 끝나 전 주인이 떠나고 오늘부터 온전히 아내 혼자 가게를 꾸려야 한다.
이틀전 응급실까지 갔던 하늬는 이제 겨우 몸이 좀 회복되고 있는 것 같고 꼬리를 물고 대구에서 날아 온
장모의 췌장암 발견 소식. 어수선 하다 못해 뒤숭숭하기까지 한 요즘이다. 그러니 결혼기념일이란게
언감생심 바라보지도 못할 사치가 되고 말았다. 오후에 좀 빨리 몸을 빼서 정신없을 오후 장사에
손이나 보태주는게 겨우 할 수 있는 선물이 될 듯하다.
장모의 췌장암 소식.
결혼 전 장인의 위암 사망에 이어 십년전 장모 폐암 오진 소동, 그리고 지난 해 처제의 위암 수술..
그리고 이번에 또 장모의 췌장암 확진,, 아내는 이놈의 지긋지긋한 암과의 악연으로 한 이틀
거의 패닉에 빠져 있다 겨우 진정이 되고 있다. 한 치 건너인 사위여서일까, 내가 느끼는 당혹감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의 충격으로 아내에겐 다가오나 보다.
큰 처남, 작은 처남 전화가 교대로 오고 작은 처남이 발 빠르게 움직여 무혈 수술을 할 수 있는
병원을 수소문해서 월요릴로 예약을 해놓았다 한다. 어찌어찌 처치는 하겠지만 당분간 집안은
긴장 속에서 놓여나긴 힘들겠다. 아내는 끊임없이 가족을 공격하는 암에 대한 분노와 큰 도움을 줄 수
없다는 무력감 사이에서 짜증이 부쩍 늘었다. 덩달아 나도 곁에서 힘든 순간순간을 지낸다.
세대를 이어간다는 것.
남이었던 둘이 만나 결혼하고 가정을 꾸리고 아이들을 낳아 키우고.... 그렇게 21년.
아이들은 대학생이 되어 생활인으로 세상에 나갈 준비를 속속하고 있고
우리 부부는 제도권 경제 단위에서 서서히 밀려 남을 느끼며 그 다음 대책을 향해 나가고
우리의 어머니들은 칠순을 넘어 팔순을 바라보며 떠날 준비 또는 징조를 쌓아 가는...
그것이 우리 가족의 세대 이동 모습이다.
중간에 놓여있는 우리 부부, 하지만 이미 중간을 지나 7부 능선을 향하는 느낌이다.
새삼스레 앞으로 일어날 일들을 생각하는 시간이 부쩍 많아졌다.
어머니와의 이별을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우리의 노년은 어떻게 꾸려 갈 것인가..
모두 가슴 답답한 생각들이지만 피할 수도 없는 가까운 현실들이기도 하다.
비가 개고 창 밖 하늘이 다시 밝아 온다.
우중충한 생각은 털어버리고 굳이 힘을 내야 한다. 내가 웅크리고 있으면 앞뒤가 다 무거워질 것이다.
으�! 다시 앞으로 나가자. 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