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舍廊/하루 에세이

오랜 만에 들러본 집

취몽인 2008. 9. 24. 12:42

2008. 9. 24 (수)

 

가을이 낮게 드리워져 있다. 비라도 금방 올 것 같은 흐린 날. 바람도 제법 스산하다.

 

터널을 지나니 만사가 부산해졌다. 해야할 일도 들러야 할 곳도 많아졌다. 감사할 일이다.

 

아내가 아프다. 사흘째인데도 회복이 되질 않고 있다.

가게 인수한지 어느듯 6개월... 지칠 때도 되었고.. 아플 때도 됐다. 오늘은 아예 문을 닫으라 일렀다.

 

마지막 불꽃.

어쩌면 지금이 그때인지 모른다. 절박한 상황 끝에서 피어나는 마지막 꽃잎. 시들지 않게 지켜야 한다.

하지만 체력도.. 머리도 여의치만은 않다. 조금 지나면 아내처럼 나도 나자빠질지도 모른다.

시간을 잘 나누고, 좀더 절제된 생활을 해야할 것 같다. 하지만 자투리 시간을 쓰는 일이 아직도 낯설다.

 

오랜만에 가게 부담에서 벗어난 날. 사람들을 만나고 싶은 생각이 불쑥 든다.

하지만 내일이 너무 부담스럽다. 내일의 부담으로 오늘을 주저앉혀야 하는 그런 일상이 되고 말다니...

 

그제 동기회 모임, 반년째 불참... 어제 계단문학동인회 모임, 세번째 불참..  

나의 시간은 나를 점차 고립시킨다. 사람으로부터, 문학으로부터, 책으로부터...

 

책? 한달째 한권도 못읽다니... 머리가 바싹 메마르고 있을 것이다. 아마도...

 

얇은 시집이라도 한권 읽어야 한다. 내가 나에게 강압적으로 명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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