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10. 2 (목)
여전히 청명한( 더 좋은 표현이 없을까? '청명'이란 단어가 유난히 진부하게 느껴진다.) 하늘.
바람은 시원하지만 햇살은 따갑다. 낙엽을 위해 나뭇잎 속에 붉은 기운을 가득 채우는 그런 햇살인가 싶다.
이번 주는 유난히 길게 느껴진다.
어제 한달이 하루 같다 느꼈으면서 한 주가 길게 느껴지는 건 무슨 변덕일까? 몸이 피곤한 탓일까?
새로 이사 온 사무실은 주차장이 지하에 있다. 공간이 좁고 차도 몇대 못대는 곳인데 그 중에도 특히
주차하기 까다로운 좁은 공간이 내가 차를 대는 자리이다. 앞으로 들어 가면 쉽지만 나올 때가 고역이다.
그러다 보니 외출했다 들어올 때 늘 앞으로 들어갈까, 뒤로 들어갈까 고민을 하게 된다.
오늘은 그예 결정을 했다. 무조건 뒤로 들어 가자!
사실은 나라는 인간은 어차피 그렇게 밖에 결정을 못할 사람이긴 하다.
사과를 먹어도 썩은 부분이 있으면 그 부분을 먼저 물어 도려내고서야 나머지 부분을 먹는...
싫은 것을 먼저 해야 마음이 편한 그런 류의 사람인 것이다.
만일 앞으로 들어가 차를 주차해뒀다 하자. 아마 이 소심한 작자는 필경 다시 나갈 때까지 힘겹게 후진으로
주차장을 빠져나올 걱정을 머리에 담고 전전긍긍 할 것이 분명하다.
그럼 세상을 그렇게 살아 왔는가? 하는 문제에 다다르면 꼭 그렇지만은 않은데..
주차 따위와 같은 어떤 일들에 대해서는 굳이 그렇게 해야 맘이 편하다.
어떻게 사는 게 바른 것일까? 아니 바른 것, 그른 것을 떠나 어떤 것이 더 유익한 것일까?
지금 편한 것이 좋을까? 좀 뒤에 편한 것이 좋을까?
지금 내 나이라면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다.
지금 좀 더 힘들게 살고 노후를 대비할 것인가? 지금 편안히 살고 노후는 그때 닥쳐서 해결할 것인가?
그닥 미래를 대비할 현재의 선투자꺼리도 그리 많지 않긴 하지만 문득문득 그때의 일이 걱정되는 요즘
나의 차는 후진을 지금 감수하건만
나의 삶은 후진의 수고를 불평하고 힘들어 하기만 하는 건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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