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舍廊/하루 에세이

하루 같은 한달

취몽인 2008. 10. 1. 13:53

2008. 10. 1 (수)

 

  제대로 된 가을 하늘이 높고, 맑고, 서늘하게 푸르르다.

추위 피해 집안으로 몰려 든 모기떼만 아니라면 더할 나위 없이  지내기 좋은 계절인 셈이다.

 

  테헤란로 국군의날 퍼레이드와 함께 시월이 찾아왔다.

시가지 퍼레이드, 참 오랜 만에 보는 것 같다. 어릴 적에는 오늘 같은 국군의 날이나 외국 대통령 방한,  

일본을 이긴 축구대표팀, 세계챔피언이 된 권투선수들의 개선 행렬을 TV에서 보곤 했었고

직장 초년병 시절엔 사무실이 서소문에 위치한 덕분에 사무실 창밖으로 직접 보기도 했던 기억이 난다.

더불어 그 화려한 꽃가루의 난무 뒤에는 창옆에서 건물 옥상에서 눈을 번뜩이며 경계하던 사복 경호인력 들이 존재한다는 것도 직접 목도할 수 있었었다.

 

  각설하고, 득달같이 찾아 온 시월 앞에 적잖이 당황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구월이 왔노라.. 가을비와 함께 왔노라.. 넋두리를 읊은 것이 엊그제 같은데 한달이 지나버린 것이다.

마흔이 넘으면 시간이 시속 40킬로로 달린다고 했던가? 고개가 절로 끄덕여 진다.

 

  새로 마련한 일정 관리 소프트웨어에 할 일들을 입력해 본다.

하루 하루 동분서주해야 할 형편이다. 차분히 앉아 기획을 해야 할 일도 제법 있는데 그럴 짬은 잘 보이지

않는다. 몸이 바쁘면 마음도 바쁜 법. 하지만 마음이 먼저 바빠 허둥지둥하면 몸은 아프기 쉽상이다.

저녁이 되면 온 몸이 찌뿌등한게 마음이 아마도 지레 불안해 못견디는 모양이다.

 

  내일이 지나면 3일, 개천절날 대구를 간다. 뒤늦은 벌초와 성묘도 하고 처가도 들른다. 아내는 실로 1년만에

친정 나들이이다. 평생을 같이 살던 가족과 1년에 한 번 보기도 힘든 우리네 일상.. 서러운 일이다.

큰집도 들러보는 게 도리이고.. 이사간 외가도.. 형님네도 들러야 마땅하지만 힘들듯 하다.

언제나 처럼 또 휭하니 바람처럼 다녀와야 할 형편이다. 언감생심 친구들을 만나는 것은 어림도 없는 일이고..

 

  어�던 시월,

코앞에 들어 선 그대여..

허둥대는 날 비웃지 마시고 자네라도 좀 여유있게 머물다 가시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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