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1년 대학을 입학한 이래 중간중간 쉬어 가며 이어온 교회학교 교사 생활이 쌓인 채 벌써
20년이 다 되어 간다. 통과 의례처럼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했던 대학 시절의
초등부, 소년부 교사, 20대 후반과 30대를 지나며 띄엄띄엄 떠 맡았던 시절을 지나 마흔이 넘어
안 하면 안될 것 같은 스스로의 압박에 시달려 제 발로 찾아가 교사 시켜달라 부탁했던 남성
교회에서의 고등부 교사 생활, 그리고 얼결에 맡은 금년의 초등부 부장교사까지..
세월만 쌓였을 뿐 돌아보면 얼굴이 화끈거리는 부끄러움을 참을 수 없는 시간들이다.
명색이 부장인데 바쁘단 핑계로 교사대학을 참여하지 못해 숙제로 받은 책 한권(사실은 두 권)
47년 교회학교 교사로 한길을 걸어오신 전재욱장로님의 경험과 권고가 담긴 이 책을 읽으며
그 부끄러움은 50배, 100배가 되어 나를 꾸중하고 있다.
책 속에 담긴 장로님의 열정과 사명감은 물론 오랜 경험에서 나온 구체적인 섬김의 방법까지
한 줄 한 줄이 소중한 이야기들이다. 그런데 그 소중한 이야기들이 마치 마법의 거울 방처럼
하나 하나의 거울이 되어 내 부족한 교사 생활을 되 비추고 나와 함께 믿음의 길을 걸어 준
그 동안의 제자들, 그리고 같이 동역한 선생님들에게 미안한 마음으로 가슴을 때린다.
세세히 일러 주신 반 관리 방법들을 보면서는 “마음은 원이로되 육신이 약하도다 – 마 26:41”
하신 주님의 말씀 뒤에 숨어 비겁한 위안을 얻던 내 자신이 한심하다는 생각에까지 이르렀다.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그리고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을 섬기는 전략적인 일들.
중요한 것은 그것을 실천하느냐 못하느냐의 차이이고 나는 못한 자로 남아 한 달란트를 땅 속에
묻어 두었던 악하고 게으른 종이 되어 있었다는 회한과 자책을 숨길 수 없다.
무엇보다 장로님이 책의 서두에 언급된 교사의 자격과 자세에 비겨보면 그 자책은 더 크다.
“스스로 절박함이 없는 자는 교사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말씀은 내게 당장 교사를 그만 둬야
한다는 질책으로 들리고 교사의 중요성을 언급하신 부분에 이르면 며칠을 무릎 꿇고 회개해야 할
것 같은 죄스러움을 숨길 수가 없다.
교회학교 교사 직분, 나는 혹시 뭔가 남들에게 그럴듯하게 보이고자 또는 남들과는 다른 인텔리전트한
이미지를 풍기고자 많은 봉사 중에 교사를 택한 것이 아닌가 스스로에게 물어 본다.
“아닙니다!”라고 단호하게 대답하지 못하는 나를 발견한다. 문제는 그것이다. 하나님 앞에 서서
하나님이 맡기신 일을 거룩한 사명감으로 감당하지 못하고 누군가에게 베풀듯이 감당하는 교사는
나 처럼 이런 딜레마에 당연히 빠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내가 앞으로 언제까지 이 교사로서의 섬김을 계속할 수 있을지는 아직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지금 느낀 교사로서의 자격 기준에 내가 도달 할 수 없다면
나는 아이들을 가르쳐서는 안될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아이들에게, 그리고 교회에게,
무엇보다도 하나님에게 치명적인 죄를 저지르는 일이 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어설픈 교사 생활이었지만 너무나도 절실하게 느껴온 풀리지 않는 숙제
하나를 전재욱장로님께 여쭤보고 싶다.
진화론에 바탕을 둔 과학과 서구식 합리주의 철학 교육에 익숙해져 있는 우리 아이들에게
“예수 천당, 불신 지옥”, “하나님의 절대 주권” “등의 메시지는 절대로 쉽게 받아
들여지지 않는 또 하나의 환타지가 되어 가고 있는 상황, 엄마 손에 이끌려 교회는 오지만
유치부 시절부터 반복해서 듣고 있는 아브라함과 요셉과 다윗의 이야기로 전해지는 교회의
메시지는 초등학교 3학년만 지나면 납득할 수 없는 메시지가 되어 버리고 마는….
그래서 중등부를 지나 고등부에 이르면 상당수가 교회를 떠나 버리고 마는 이 현실 속에서
선생님과 아이들이 스스로의 마음 속에서 자라고 믿음의 모습을 차분히 바라보고 이해하며
진정으로 함께 그들 속에서 급격히 세상화 되어가는 믿음에 대해 고민을 나누며 믿음의 깊이를
쌓아갈 수 있는 혹시 그런 방법은 없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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