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舍廊/하루 에세이

돌아 앉은 큐슈(3)

취몽인 2009. 3. 10. 16:02

 

 

<3월 8일>

 

  아침 여섯시. 모닝 콜이 방정맞게 울린다.

큐슈에서의 마지막 날이 밝았다. 

만화 같은 숙소 문을 열고 나서니 아소산 너머로

해가 삐죽 고개를 내밀 기세지만 사위는 아직 푸르다.

붉은 태양과 그 태양의 기운을 가슴 속에 품은 아소, 

그 둘의 만남을 바라 보는 느낌이 묘하다. 

어제 저녁을 먹었던 뷔페에서 가벼운 아침 식사를

마치고 다시 후쿠오카로 가기 위해 아소를 떠났다.

 후쿠오카까지는 고속도로로 3시간 걸린다고 한다.

모두들 반갑게 취침..

 

중간에 휴게소 한 번 들르고, 휴게소는 온통 한국 사람들로 북새통... 큐슈는 한국이 먹여 살린다.

 

 10시 조금 넘어 후쿠오카에 도착.

톨게이트 근처 시내 면세점에서 기념품 몇 개 사고,

요즘 면세점에서는 세라믹 칼이 대 유행이란다.

도검류 匠人의 나라 일본에서 쇠로 만든 칼이 쇠퇴하고 세라막 칼이 유행이라니..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시내 중심에 있는 후쿠오카의 명물 캐널시티에 도착.

 뭐 별 감흥은 없다.

워낙 쇼핑에는 관심도 여력도없으니... 서점에 들렀다

딸들 줄 생일이 새겨진 테디베어 인형 두개 사고..

 

 

음악 분수 잠깐 보고.. 

분수 옆으로 인공 운하(?),

말만 운하이지 뭐 그냥

조그마한 물길 정도 만들어

놓고 운하란다.

어제 본 방죽 같은 긴린코

호수나 도랑 같은 캐널시티

인공운하나.. 

온통 뻥이다.

 속지 마시라.

 

                                                                                                                                                                                      

 

 

 

건물 안쪽에서 서로 연결된 부분은 조형적으로 참 아름다웠다. 위를 바라보면 기하학적 모습들과 컬러가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어 색다르다는 느낌이 들긴 들었다.

 

건축학도들의 벤치마킹 사례라니 그럴듯 하다.

 

 

 

 

 

                                                                                                                                                점심 시간까지는 시간이 일러 매립을 통해 인공으로 조성했다는

모모이치 해변 관광.

 

후쿠오카 타워가 있고 후쿠오카 돔구장이  있는 모모이치 해변...

타워는 별로이고

야후 돔이라고도 불리는 옛날 다이에 호크스,

지금은 소프트방크 프로 야구팀의 홈구장으로

쓰이는 야구장이 몹시 부러웠다.

일본 최초의 돔구장이라는데..

어젯밤 일본에 콜드게임으로 패한 야구 대표팀 경기를

본 후여서 더하리라.

 

 

오는 길에 잡지에서 언뜻 작년인가 현역 감독에서

은퇴한 오사다 하루(왕정치)감독의 14년 다이에 생활에

경의를 표하는 후쿠오카 언론의 기사를 본것 같은데...

 

그 또한 야구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부러운 일이다.

존경할 만한 영웅이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 영웅을

진심으로 존경하는 문화, 배울 건 배워야 한다.

 

 

 

 

 

 

  

 또 배가 고프다. 이번 여행에서는 툭 하면 배가 고프다. 일본 음식이 부실한건지...

 

 

마지막 일정으로 후쿠오카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우동집 돈멘을 들렀다.

작은 세숫대야(?), 큰 우동 그릇에 담긴 우동은

일단 푸짐했다. 굵은 면에 양배추가 많이,

고기 조금, 완자도 몇 개 보이고..

생각 보다 국물도 느끼하지 않고 깔끔했다.

일단 양이 넉넉해 땀까지 흘려가며 일본에서의

마지막 성찬을 즐겼다.

 

 

 

다시 후쿠오카 공항.

가이드까지 모두 한꺼번에 귀국을 하는 터라

특별한 작별 인사는 없다.

사흘 동안 우리를 싣고 다니느라 고생한

운전기사에게 눈인사로 감사를 표하고 바로

출국 수속..

 

 

 

 

공항은 한적하다. 면세점에서 아내가 적어 준 화장품 하나 사고 담배 조금 사고 바로 탑승.. 그리고 이륙.

잠깐 사이에 쓰시마가 내려다 보이더니 곧 부산이고 서울이다. 

 

 

 

낯선 타국과 헤어지는데 소요되는 시간이 겨우 30분 남짓이라니 참 가까운 나라가 아닌가?

다섯시반 인천 공항.  떠날 때 처럼 봄은 미적미적 하늘에서

땅으로 천천히 내리고 있었다.

 

 

 북 큐슈 이박 삼일.

도쿄와는 또 다른 일본, 가슴에 불을 지니고 있으나 왠지 소외된 그들 만의 땅.

우리와 일본을 잇는 신화와 역사가 남아 있는 땅.

다음에는 그곳 뒷골목을 다녀보고 싶다. 그 곳 사람들과 부대껴 보고 싶다.

그것이 나이에 맞는 여행이지 싶다. 집에 오니 아내가 청국장을 끓여 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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