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舍廊/하루 에세이

능력

취몽인 2009. 4. 1. 16:41

2009. 4. 1

 

4월이 시작되었다. 올 한해도 1/4이 지나간 것이다.

 

春來不似春,

햇살은 분명 봄이고 창문 너머 돌아 앉은 남산도 연두색과 노란색으로 봄빛이 물드는데

종아리는 날카로운 바람에 여전히 시리다.

 

이 봄에 나는 특별히 안되는 일도 없지만 특별히 좋은 일도 없는 떠밀려 가는 일상을 살고 있다.

몇몇의 프리젠테이션 준비와 자질구레한 업무들 그리고 해 묵은 문제를 쫓아 다니느라 머리만 부산하다.

좀 다르게 느껴지는 것이 있다면 전에 비해 해야할 일들에 대한 두려움이 좀 커졌다는 것.

늘 해오던 일이지만 요즘은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의 부담이 먼저 들고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그걸 일컬어 스트레스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무능력에 대한 강박관념과 함께....

형편이 그렇다 보니 글 한 줄 쓰는 일도 쉽지 않다.

아니, 글은 고사하고 세상을 詩의 눈으로 바라보려는 시도조차 할 수 없는 형편이라는게 더 맞을듯 하다.

 

지난 한달, 교회 예배를 통채로 빼먹었다. 그것이 리듬을 잃게 한 이유일 수도 있다.

이렇게 길게 교회를 떠난 적은 10년래만에 처음인 것 같기도 하다.

어느새 나의 에너지는 신앙에서 비롯되고 있는 것인가? 억측 같지만 아주 자유스럽지는 못하다.

 

저무는 오후 햇살이 등짝에 내려 꽂히는 서쪽 창가에 앉아 모니터를 바라보며

다시 살아날 나를 무료하게 기다려 본다.  

 

 

'이야기舍廊 > 하루 에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또 다시 새 자리에..  (0) 2009.04.29
몸살  (0) 2009.04.13
돌아 앉은 큐슈(3)  (0) 2009.03.10
돌아 앉은 큐슈(2)  (0) 2009.03.10
돌아 앉은 큐슈(1)  (0) 2009.03.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