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일년만에 가족들과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공짜로 얻은 용평드래곤파크 호텔 숙박권 덕에 난생 처음 용평리조트엘 갔습니다
토욜 아침에 부지런을 떨어 나섰지만 중부고속도로는 벌써 막히고 두시나 되서 횡계에 도착했습니다.
용평리조트는 용평에 있지 않고 횡계에 있더군요. 개발을 한 회사 '쌍용'과 '평창'이 합쳐져서 용평이라
이름지었다는 이야기를 누군가에게서 들은 적 있습니다.
호텔에 짐을 풀고 횡계로 다시 나가 황태찜으로 늦은 점심을 먹고 리조트 꼭대기 발왕산을 구경하기 위해
곤도라를 타러 갔습니다. 근데 3시 30분까지만 티켓을 판매한다더군요. 시계를 보니 3시 45분, 간발의 차로
첫 스케줄부터 어긋났습니다.
다시 돌아나와 역시 공짜 입장권이 있는 피크아일랜드(워터파크)로 갔습니다.
규모는 설악 워터피아보다 좀 작았지만 시설이나 서비스는 훨씬 좋더군요.
튜브슬라이드도 타고 바데풀에 노천 온천에 유수풀에 온 식구가 신나게 놀았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가족 여행에 워터파크가 필수 코스가 되고 말았어요. 남들에게 가는 다리 보여주기
싫어 대중 목욕탕도 잘 안가던 내가 대단한 발전을 이루었다 스스로 대견스러웠습니다.
하늬는 감기기운이 있어 제대로 못놀더니 나중엔 에라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그냥 물로 들어가더군요.
저 때문에 엄마 아빠 마음이 불편할까봐 일부러 그러는 듯한 느낌이 들어 마음이 짠했습니다.
워터파크에서 나오니 리조트엔 어둠이 쫙 깔렸더군요. 하지만 스키 슬로프 쪽은 여전히 환한 조명과 흰눈이
어울려 별천지처럼 보였습니다. 스키장에 와서 스키를 탈 생각은 눈곱만큼도 하지 않는 우리 가족. 대단하죠?
저녁 식사는 횡계 초입에 있는 대관령 한우 타운에서..
고기를 마트에서 직접 사서 서빙료만 따로 주고 직접 구워먹는 방식의 식당인데 한우 쇠고기 값이 언뜻 봐도
40% 이상은 싼듯 했습니다. 평상시엔 도저히 못먹을 한우 A++ 등급의 등심에 치맛살에.. 배터지게 먹었는데
계산서는 6만원 남짓.. 서울에서 먹었으면 한 20만원 나왔을려나? 강추합니다.
호텔로 돌아와 무료한 시간을 보내려고 하늬 무늬에게 지 엄마가 고스톱을 가르쳤습니다.^^
학습 속도는 빠르나 승부에는 약한 무늬, 반대로 학습은 느리나 실전에 강한 하늬.. 자매가 그렇게 달라요.
전 외식을 하면 아무리 많이 먹어도 이상하게 집에 오면 배가 고픕니다.ㅠ ㅠ, 그래서 완전 비 매너지만
호텔 방에서 가스버너 켜 라면도 하나 끓여 먹고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모처럼 엄마 아빠와 함께 잔 딸들이 담 날 아침에 그러더군요.. 아빠 코고는 소리 예술이라고^^
일욜 아침 따라 붙는 잠을 떨치고 어제 실패한 발왕산 정상행 곤도라를 타러 갔습니다.
드래곤 프라자에서 티켓을 사고 막간에 아침식사도 간단히 하고.. 여자가 셋이니 많이 먹지를 않아
삼인분만 시켜 나눠 먹어도 부족하지가 않더군요. 그래도 사인분을 먹였으면 하는게 부모 마음입니다.
8인승 곤도라는 제법 예뻤습니다. 보드 타러 가는 사람 두명과 우리 가족 넷, 여섯명이 타고 한참을 올라
갔습니다. 아래로 고사목도 보이고 최상급 코스 슬로프를 타고 신나게 내려 가는 스키어들도 보이고 눈에
찍힌 이름 모를 동물 발자국이며 메마른 가지에 더부살이 하고 있는 겨우살이들도 실컷 보고 그렇게 해발
1,400미타가 넘는 발왕산 정상 드래곤 피크에 올랐습니다. 사방은 온통 눈 덮인 백두 대간의 바다였습니다.
멀리 오대산 쪽으로는 풍력 발전기들이 마치 동화속의 모습처럼 군무를 추고 있는 광경이 참 색달랐습니다.
1,400 미터를 올라와 까마득한 아래를 향해 내 달리는 스키어들.. 그들은 아마 올라오는 시간이 지겨웠을
것입니다. 아래를 향해 내 닫는 데 관심이 집중되어 잇을테니까요. 가치의 상대성이란 그런 것 같습니다.
그 꼭대기에서 커피 한잔을 마시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일 아침에 남들 예배드리는 시간에
유람이나 하는 나를 하나님이 혹시 혼내시지는 않을까? 무사히 아래로 내려갈 수 있을까?
신은 그렇게 어쩔 수 없이 내 안에 깊이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신은 우리 가족을 용서해주셨고 무사히 내려와 호텔 체크 아웃.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동해로 향했습니다. 하늬 감기가 좀 심해져 바로 집으로 갈까 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바다를 보고 싶다는 욕망이 부성애를 눌렀습니다.
주문진 가는 길가의 연곡해수욕장이란 곳을 들러 시퍼런 동해 바다를 한참 바라봤습니다.
인적이 끊긴 짓푸른 바다. 커다란 생명력의 용트림을 가슴에 담았습니다.
한 동안 벅찬 세상을 살아갈 에너지를 충전하는 마음으로 파도를 담았습니다.
12시.. 7번 국도 옆의 해안도로를 바다와 함께 달리다 고속도로에 올랐습니다. 집으로..
다행히 시간이 일러 길은 막히지 않았습니다.
오는 길에 이천에서 불친절한 쌀밥 정식을 먹고 집에 도착하니.. 다섯시.. 모두들 지쳐 침대에 쓰러집니다.
이 글을 쓰는 오늘은 3월 3일 화요일, 그제 다녀왔던 길을 거슬러 다시 일박이일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무늬는 어제부터 본격적인 대학생이 되어 첫 강의를 들었을 것이고 학교에서 언니이자 선배인 하늬와
학교를 둘러 보았겠죠. 아내는 본격적인 개학 장사 준비를 할 것이고..
저 또한 우리 가족의 작은 행복을 지키기 위해 가던 길을 다시 가야겠죠.
가슴 속에 쌓아 둔 푸른 바다를 조금씩 꺼내 스트레스를 씻어가며 그렇게 가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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