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우면 고요해지고 虛卽精
고요하면 밝아지고 精卽明
밝아지면 통한다 明卽通
책속에서 저자가 인용한 老子의 글이다.
불가에 귀의한 스님이 쓴 책이니 만큼 무소유나 온전한 자비의 가치를 삶의 기준으로
제시하고 그 가운데서 삶의 즐거움과 행복을 누릴 수 있다고 반복해서 이야기 한다.
최근엔 책을 읽으며 자꾸 지은이의 공부량에 부러움을 느끼곤 한다.
물론 나 스스로의 일천한 공부에 대한 부끄러움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책을 쓴다면 과연 이렇게 많은 인용을 해낼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 또는 부러움이
바닥에 깔려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기독교는 지정학적으로나 역사적으로나 희랍어, 라틴어와 개연성이 높다.
그렇다보니 기독교의 사랑은 같은 베품을 이야기 하더라도 논리를 중요시한다.
반면 불교와 유교는 같은 한자 문화 속에서 발전해와서 중용이나 仁, 禮 등을 서로
교류한다. 저자의 글 또한 박학한 한문 고전 지식 또한 불교 철학과 어우러져 기존
스님들의 에세이와는 또다른 읽을 재미를 더하고 있다.
그 속에는 화엄경이 있는가 하면 노자의 도덕경이 있고 공맹의 고문들이 있다.
진리는 통하는 것... 같은 이야기를 이렇듯 제각각 설파하는 불교와 유교의 현인들의
목소리를 모아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저자의 능력이 책의 내용과는 별도로 부럽다.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는 것은 세간의 가장 중요한 일인데 일부러 애를 갖지 않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물론 자식으로 인하여 겪어야 할 불편함과 여러 문제들을 생각하면
둘이 자유롭게 사는 것이 더 좋겠다고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자식을 낳아 속도 끓여보고
골치도 아파보고 하는 일련의 경험들 속에서 고뇌를 즐거움으로 바꾸는 지혜의 방편으로
삼을 수 있지 않겠는가. 이런 과로움이 세속의 본질이고, 이 괴로움을 즐거움으로 삼아야
하는 것이 세간의 숙명이다.
이걸 피하려 하지 말라. 이를 피하고서 또 무엇을 얻고자 하는가.
'숙명... 그렇게 사는 것이 인생'이라는 저자의 깨달음과 권면이다.
책상 위에다 "낙출허" 세글자를 써서 붙여 둔다. 비울 때 즐거움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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