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히 마뜩치 못한 사람.......... 황석영은 내게 그런 이미지로 남아 있다.
누구보다도 치열하게 세상과 부딪쳤고 도전했으며 그 세월을 문학적
성취로 남긴 시대를 대표하는 작가라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굳이 그의 좌충우돌 해온 행적들을 가벼움으로 치부해 버리고 오히려
김원일이나 이청준 같은 정중동의 작가들에 비해 실질적 깊이가 덜한
깊이는 있으되 트렌디를 추구한 작가로 규정해온 감이 있다.
그 결과 나는 부끄럽게도 이 작가의 책을 지금까지 한 권도 읽지 않았다.
회사 서가에 양장 표지도 잃어버린 채 초라하게 꽂힌 이 책을 꺼내들 때도
역시 그럼 그렇지 황석영과 맛에 대한 이야기라니.....
안 어울리지만 또 한편 어울리기도 한다 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책은 저자의 어린 시절부터 방황의 시절, 도전의 시절, 유배의 시절, 망명의
시절을 따라 가며 그가 경험한 맛의 이야기를 회상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소설가 답게 또는 소설가 답지 않게 음식에 대한 표현의 디테일이 대단하다.
간단한 레시피도 언급되어 있다. 기억일까 자료의 도움으로 부가한 것일까?
"내게는 순간적인 회한이 오래 남아 있는 경우가 있다."
작가는 이 책의 거의 끝부분에서 이런 말을 한다.
순간적 회한.... 그것을 기억하고 그것을 의미로 발전시키는 것.....
그것은 작가로서의 중요한 덕목일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이 사람의 내공은
만만찮다.
선입견...
어쩌면 황석영 자신의 입장에선 성찬을 준비하던 중 잠깐 허기를 느껴 라면 한 그릇을
끓여 먹듯 가볍게 썼을지도 모르는 이 책에서 불끈 나의 악덕을 발견한다.
이 책에 언급된 많고도 다양한 음식과 생각... 그 만분의 일의 생각도 없는
나의 얇디 얇은 교만을 반성한다.
'이야기舍廊 > 책과 문화 읽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보경 <사는 즐거움> (0) | 2009.09.16 |
---|---|
호세 M 보니노 <사람됨을 위하여> (0) | 2009.09.04 |
김진애 <이 집은 누구인가> (0) | 2009.08.31 |
로빈웨스턴 <나는 실패를 믿지 않는다 /오프라 윈프리의 일과 성공과 사랑> (0) | 2009.07.13 |
한젬마 <화가의 집을 찾아서> (0) | 2009.07.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