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1시 45분.
새로운 일주일이 불면과 함께 시작되고 있습니다.
창밖에는 눈이 지나갔는지 골목이 촉촉합니다.
잠이 오지 않는 이유..
십년여를 타고 다니던 자동차가 고장이 나서 내일은 그예 변속기를 교체해야 한다는 생각..
수요일에 있을 작은 프리젠테이션 기획서를 화요일까지 써야 한다는 생각..
월요일 저녁에 선배를 만나 조심스레 진로를 같이 탐색할 생각..
몇 군데 빚 독촉을 해서 월말 지출을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
고용보험 센터를 찾아 실업급여 신청을 할 생각..
아내의 무릎 수술을 어떻게 해야할까 하는 생각..
잡다한 생각들이 이유입니다.. 물론 그전에 낮시간 잠깐 존 탓도 분명 있겠지만요..
쉰 지가 벌써 한달하고도 보름이 지났습니다.
물론 온전히 쉬지는 못하고 이런저런 모색과 자질구레한 일들로 나름 부산했던 시간들이었습니다.
작정했던 1월말까지의 쉼.. 그 마저도 온전히 감당하기에는 여유가 부족한 것 같습니다.
내가 쉰다고 할지라도 세상은 그와는 관계없이 여전히 움직이고
그 움직이는 세상은 나를 쉴새없이 자극합니다.
그로 인해 나의 쉼은 침해 당하고 본의 아니게 쉼을 떠나 세상 속으로 끌려 들어 갑니다.
그것이 사람 사는 일이겠거니 하면서도 씁쓸합니다.
이제는 불완전한 쉼을 거두고 일어설 준비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어차피 누워서도 일어설 근심을 그칠 수 없는 쉼이라면 차라리 일어서 근심을 맞닥드림이 현명할 듯 합니다.
쉬어야 한다는 생각도 십원짜리 강박에 다름아니란 생각을 잠안오는 월요일에 얻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