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이 시작되었습니다.
새로운 3월에는 새로운 출발들이 많이 있습니다.
큰 처남네 맏딸이 제법 팍팍한 고등학교 시절을 마치고 대학생이 되었고 처제네 귀한 딸도 초등학교에 입학을 합니다.
우리 집 둘째 딸도 1학년 계열 과정을 마치고 경제학도로서의 첫 발을 내 딛습니다.
모두 다 오늘부터 시작이지요. 앞으로 열릴 지난한 길을 모두가 씩씩하게 걸어가길 소망해 봅니다.
내가 신사동에 어영부영 자리를 잡은 지도 한 달이 지났습니다.
먼저 사무실에서 같이 근무하던 동료를 불러 새롭게 일을 시작하는 것도 오늘이 본격적인 첫 날입니다.
아직은 여유롭습니다. 하지만 그 여유가 사실 부담스러운게 사실입니다. 우리 나이쯤 되면 여유는 곧 무능이기 때문입니다.
습관처럼 이것 저것 시작할 일들을 펼쳐 봅니다.
찾아가야할 사람, 전화로 연을 유지해야할 사람, 소개를 받아야 할 사람, 챙겨야 할 묵은 것들....
바라보면 새삼 내 게으름이 곳곳에 가득합니다. 다음에 바라볼 땐 게으름의 자리에 성과가 앉아 있길 바랍니다.
신년 송구영신 예배에서 받은 말씀을 다시 생각해 봅니다.
네가
땅에 뿌린 종자에
주께서
비를 주사
땅이 먹을 것을 내며
곡식이 풍성하고
기름지게 하실 것이며
그 날에 네 가축이
광활한 목장에서
먹을 것이요...
--- 이사야 30 : 23 ---
처음에는 아! 내게 드디어 복이 쏟아지려는가 보다 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주실 약속보다 앞서 있는 "네가 땅에 뿌린 종자에"라는 전제가 가슴을 찌릅니다.
무엇을 받기 위해서는 먼저 나 스스로가 부지런히 땅에 종자를 뿌려야 한다는 명령이 엄중하다는 인식이지요.
어제, 3월의 첫 날. 진눈개비가 내리고 오늘도 하늘은 춥고 어둡습니다.
하지만 곧 길가 둔덕에 노란 개나리로 봄이 피어날 것이고 종자를 뿌려야 할 시기가 될 것입니다.
먼저 땅을, 마음을 고르고, 씨앗을, 열심을 뿌려야 하겠습니다.
지금 바로 작으나마 씨앗을 뿌리지 않으면 나의 가을은 메마른 뜰이 되고 말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다짐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