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舍廊/하루 에세이

연명

취몽인 2010. 2. 4. 16:28

 

 

 

1월이었는가 싶더니 2월이 달리고 다음 주말이면 설날입니다 '

 

입춘이라는데 바깥은 여전히 영하의 날씨가 서슬이 퍼렀습니다.

立春, 겨울을 딛고 봄이 일어 선다는 뜻이겠지요. 그 겨울 딛고 일어서기가 만만치 않은것 같습니다.

 

새로운 것들을 기대하며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많은 것들이 정리하고 또 정리된 2009년을 지내고

2010년의 새로운 벌판에 서있지만 어딘가 낯 익은 내 모습을 봅니다.

크고 작은 구름들로 가득한 하늘, 손 앞에 딱히 잡히지 않는 그 구름들 덕에 바라볼 앞은  있지만 그 시야는 흐린...

 

그런적이 여러번 있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부터 20년전... 그리고 10년전...

돌이켜 보니 30고개, 40고개를 그렇게 요란스레  넘어 왔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자빠져 깨진 무릎으로 비틀대던 계절은 묘하게도 늘 겨울이었던 것 같구요.

그 덕에 가족들은 그렇지 않아도 추운 겨울을 더욱 힘겹게 지냈었겠지요.

둘째 무늬가  태어났던 1990년 겨울.. 유난히 추웠던 그 겨울에  이대앞 단칸방의 기억이 새삼스럽습니다.

 

자빠지는 것도 이력이 나는 것 같습니다.

무릎에 딱지가 앉아 고통을 흡수하는 걸까요? 초조하고 스스로 애면글면하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그 이력의 두께 뒷편에는 부인할 수 없는 좋은 사람들의 마음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별 말은 하지 않아도 묵묵히 용기를 주는.. 또는 바라 봐 주는... 송구스럽게 오히려 미안해 하는... 그런 마음들.

그것이 구름보다 더 넓은 하늘의 배경이 되어 나를 지탱해 줍니다.

 

그래도 마음에 여유가 없는 것은 사실입니다.

책을 읽어도 활자가 눈 옆을 스쳐 지나갑니다. 30쪽을 읽어도 머리 속은 하얄 때가 많습니다.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지나간 것이죠^^

글도 못 씁니다. 사치스럽게 느껴져지기도 하고 생각이 도무지 한 곳에 모이지를 않으니 도리가 없지요.

그릇이 그 정도 밖에 안된 것이거니 생각합니다.

 

각설하고... 요즘의 모습은 東家宿 西家食이란 말이 딱 어울립니다.

오전에 사진 찍는 동생이 전화해서 어떻게 사느냐 묻길레 얼결에 그렇게 대답 했는데 제대로 대답한 것 같습니다.

 

東家이건, 西家이건 있는 그 자리에서 때를 기다리며 용맹정진으로 연명할 뿐입니다.

 

힘내라 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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