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舍廊/하루 에세이

4월의 끄트머리에서

취몽인 2010. 4. 29. 13:58

 

 

 

 

 

4월 29일. 이 달도 이제 하루 남았습니다.

봄은 봄인데 도무지 봄이 아닌 것 같은 봄. 요즈음의 날씨를 보면 이 말이 참 적당한 것 같습니다.

그래도 오늘은 비도 그치고 햇살도 제법 또렷하게 비춰 눈으로 보기에는 봅 답습니다.

그래도 요란한 바람은 여전해서 바깥에서 연두색 새 잎들을 바라보고 있기에는 어깨가 시립니다.

 

오늘은 천안함 순국 군인들의 영결식이 오전에 열린다고 하던데 환한 꽃잎들이 청년들의 떠나는 길을

빛내 줬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딱 우리 아이들 나이의... 청춘이 차갑게 저문, 참 안타까운 모습들입니다.

 

이번 주간은 여러가지 일들이 있었습니다.

 

먼저 25일 주일은 우리 부부의 23주년 결혼기념일 이었습니다. 주머니 사정도, 피차 건강도 좋지 않아 조촐하게 보냈습니다.

23년, 제법 긴 시간입니다. 부화뇌동하며 살아 온 남편 덕에 아내는 늘 맘 고생이 심했습니다. 그 맘 고생이 이젠 몸 고생으로

이어지는 것 같아 미안하기 그지 없습니다. 밸런스... 요즘 아내가 고생하고 있는 병들은 다 밸런스의 문제들입니다.

오래 고생해 온 갑상선 질환도 결국은 호르몬 밸런스를 적절히 유지 하지 못한 데서 온 것이고, 최근의 안절부절 못함은

갱년기 증상으로 그 역시 여성 호르몬 균형이 무너진 탓이라고 합니다. 뚜렷한 치료 방법이 없어 그저 안정하고 시간을 보내는 것이

처방이라고 하니 참 답답한 노릇입니다.

 

주중에는 영주를 다녀 왔습니다.

늘 이맘때 영주를 다녀오곤 했는데 동양대 교정의 완연한 봄기운이 그리운 탓도 있었을 겁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아니더군요. 내려가는 길부터 폭우가 오락가락 하고 화사한 교정에도 세찬 바람이 들이쳐 도무지 봄을 즐길 상황이

못되더군요. 거기다가 오랜 친구 녀석은 얼토당토 않은 송사에 휘말려 넋을 놓았다가 겨우 추스리는 중이고 업무 파트너는 개인

사정으로 학교를 휴직하고 자리를 비웠더군요.. 물론 그 덕에 새로운 분과 새로운 기회를 모색할 수 있게는  됐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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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다 잠깐 덮어 둔 사이 한 주는 넝마처럼  지나갔습니다. 그리고 오월이 열렸습니다.

 

못다한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싸구려 시인이 되었고, 둘째 딸 생일이 지났습니다. 한 번의 지독한 숙취와 주체할 수 없는 모멸감이 주말을 깎아냈습니다.

 

마음 속에는 모르핀 같은 시만 가득 찼고  삶은 대책 없이 가난합니다.

 

그렇게 사월이 가고 오월이 왔습니다. 철쭉이 붉게 웃는데 가슴엔 피가 흐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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