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류 시인이 되고나니 詩를 쓸 수가 없게 되었다. 이제서야 부끄러움을 제대로 느끼게 된 탓일지도 모른다.
또 하나의 변화, 생각이 많아졌다. 사물을, 상황을 있는 그대로 보기가 힘들어졌다. 詩의 강박이다.
등단을 권한 문중의 아제가 족보에 올릴 호를 하나 만들어 달란다. 세상에 '호'라니...
아마도 그 아제가 세상에 자기의 부지런함과 성과를 자랑하고픈 마음이거니 생각한다. 내가 '호'를 쓸 일이 뭐가 있겠는가?
그리고 내 '호'(?)는 이미 있지 않은가. 醉夢人 ..ㅋㅋㅋ
굳이 말씀을 하셔서 여기저기 뒤져 가짜 '호'를 하나 만들었다.
무초(蕪草)............. 거친 풀이란 뜻이고... 다듬어지지 않은 거친 글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단다.
어감은 별로지만 의미는 딱이어서 그냥 그렇게 알려 드렸다. 어차피 쓸일도 없으니까....
그런데 자꾸 웃음이 난다. 무초.. 무초.. 모초.. 베사메 무초... ㅋㅋㅋ
머릿 속에 생각은 가득한데 아무 것도 밖으로 나오지 않는 패쇄.. 나는 터져버릴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