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가 벌써 반이 지났습니다.
며칠 비가 오락가락해서 집안이 눅눅하더니 오늘은 모처럼 햇볕이 쨍합니다. 더운 바람도 솔솔 불구요.
지난 유월은 좀 번잡스럽게 지나간 것 같습니다.
특별히 상황이 달라지지도 않았고, 여전히 하루하루는 비틀대며 흘러갔는데 한 해의 반을 지난다는 초조함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평소엔 별 관심도 없었던 월드컵 축구 때문이었는지 조금은 들뜬 상태로 지난 것 같습니다.
지난 주부터 때 아닌 목감기가 찾아와 고생을 하고 있습니다. 낮엔 멀쩡하다가도 늦은 밤 잠자리에 들려고 하면
기침이 쏟아져 며칠 잠을 제대로 자질 못했습니다. 그제부터 약을 먹고선 좀 나아졌지만 아직도 목이 간질간질하고
몸도 찌뿌둥한게 영 개운치가 않습니다. 그렇찮아도 이런저런 생각으로 잠을 잘 못드는 형편이었는데 기침까지 극성이니
아침에 일어나면 밤낚시 하고 난 것 같이 컨디션이 엉망입니다.
선풍기를 끄면 땀이 쏟아지고 켜면 한기가 찾아오는 것도 참 고역입니다. 몸도 마음도 고난 중에 있는 셈입니다.^^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져서 편하게 책도 좀 많이 읽고 글도 좀 쓰고 지낼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영 아닙니다.
시간의 여유는 마음의 여유와 함께 있을 때 쓸모가 잇는 것 같습니다. 마음이 쫒기니 책도 글도 통 손에 잡히질 않네요.
들고 다니는 손 가방에 나희덕 시인의 신간 시집을 넣고 다닌 지가 한 달이 다 됐는데 아직도 읽지를 못하고 있습니다.
손에 들면 한 시간이면 족히 읽을 것을... 이런 형편이니 詩를 쓴다는 건 언감생심이지요.
반년이 지나고 칠월이 오면 상황이 나아지리라... 혼자 주문처럼 외던 바램은 덧없어 졌습니다.
문득 다가온 칠월은 지난 사월이나 오월 그리고 유월과 전혀 다름이 없습니다. 오히려 더 나빠지고 있다는 게 현실인 듯 합니다.
'나빠지고 있다.'라는 말... 현재 진행형이지요. 그 의미는 '앞으로 다가올 시간은 좀더 힘들 것이다.'라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이걸 어떻게 '나아질 것이다.'라는 미래형으로 바꿀 수 있을까요?
몇 가지 일을 또 모색해 보곤 있습니다.
몇 십억짜리 거창한 사업부터... 다소 어려울 것 같아 보이는 일, 그리고 사람을 찾아다니는 일.. 장사 궁리에 이르기까지..
아! 한 가지가 더 있네요. 넘쳐나는 시간을 돈으로 바꾸기 위해 아르바이트 자리를 뒤적거리기도 합니다. 출판 교열 같은거요.. ㅋㅋ
자존심을 많이 버렸다고 생각했는데 이 생각 저 생각을 하다보니 아직도 자존심의 재고가 많이도 남아있는 걸 알게 됐습니다.
칠월은 남은 이 자존심들을 마저 내다버리는 기간으로 삼아야겠습니다.
십 수년 찾지 않았던 친지도 찾아보고.. 쪼가리 일이라도 얼굴 두껍게 손을 내밀고... 술도 좀 더 얻어 먹고...ㅋㅋ
그렇게 생땀 흘리고 살아볼 요량입니다.
아, 내가 다니는 교회에서 팔월 구일부터 나흘간 해남 땅끝으로 농촌 봉사활동을 간다더군요.
평생 바쁘단 핑계로 못 가봤는데 이번엔 참석해 볼 생각입니다.
앞으로도 시간이 지금처럼 넘쳐날 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지금은 시간이 여유로우니까 못했던 일에 시간을 써야할 것 같아요.
머리 쓸 일이 아니고 몸만 고달프면 되는 일이니까 효율에도 문제가 없을 것이구요.
칠월.... 장마와 휴가가 교차하는 계절.
가족 휴가는 또 어떻게 해야하나 하는 생각이 팍 드는군요. 오늘은 우선 그 놈을 먼저 해결해 봐야겠습니다.
나는 긴 휴가 중이지만 아내와 아이들은 손꼽아 기다리는 휴가이니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