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화요일 저녁, 서울 사는 계단 문학동인회 모임이 있었다.
문학동인 모임아라고 하니 뭐 제법 거창해 보이지만 사실은 고등학교 시절 문예반 모임이다.
문예부 이름이 '계단문학동인회'인 것이다.
7회 선배부터 24회 후배까지 16명이 모였으니 적지 않은 인원이다. 서울 사는 회원이 총 60명이라든가?
참여한 선후배중 등단한 작가가 다섯명(나 빼고...)이고 참석치 못한 선후배중에 문인수, 이창동, 이하석, 이인화, 오정복 등
이름만으로도 쟁쟁한 선배가 여럿이어서 어설픈 글을 쓰는 내게 늘 자부심을 느끼게 해주는 모임이다.
모임에 가면 언제나 내가 막내였는데 이번엔 내 후배도 두 녀석이 참석해서 졸병 노릇을 면할 수 있었다.
성공한 한 선배가 참석도 못하면서 모임 식대를 모조리 내준 덕에 한우 로스구이에 소주, 맥주, 막걸리를 번갈아 마시고
이차로 노래방, 노래방에서 막걸리 드셔보셨는가? 의외로 분탕스런 노래방 분위기에 잘 어울렸다.
7회 선배면 내가 21회이니까 14년 연배시다. 예순 셋쯤 되시는가 보다.
그런 분들과 함께 청년시절 문학을 꿈꿨던 이야기를 나누고 그 꿈을 이어가기 위해 동인 문집을 만들자는 이야기가 모아졌다.
8월부터 원고를 모으고 년말 모임때 출판 기념회를 갖기로 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 고등학교 시절 시화전 생각이 문득 들었다.
치기 어린 시를 모아서 대구 YMCA 복도에서 시화전을 열었던 그 시절... 교복 입은 채 염매시장 뒷골목에서 먹걸리를 나누었던
선배와 후배들.. 이젠 모두들 희끗한 머리와 함께 일선에서도 은퇴를 앞두고 있는 그들을 여전히 묶고 있는 문학이란 끈끈한 고리.
그 지난한 연결을 느낄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시간이었다.
근데 나는 끝까지 내 등단에 대해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게 내 詩의 현재 위치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