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월요일부터 어제 목요일까지 3박 4일 일정으로 해남 지역 농촌 봉사활동을 다녀왔습니다.
한달전부터 아침 준비기도회에 참석했으니까 제법 긴 여정이 어제로 끝난 셈입니다.
대학생들이 주축이된 청년 70여명, 장년 40여명, 교역자 10명 등 120명 남짓한 적지 않은 인원이 참여했으니
우리 교회 외부 행사로선 적지 않은 규모의 일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지금 교회에 몸 담은지 15년 만에 처음 참석한 선교 봉사 여행입니다.
월요일 아침 7시에 교회 집결...
120명이 나흘 동안 먹을 먹거리며 지역 주민 마을 잔치를 위한 공연 장비며 사람 머릿 수 만큼의 개인 짐까지..
대형관광버스 두 대에 교회 버스 한 대, 트럭 한 대에 나누어 싣는 일부터 장난이 아니더군요.
8시에 120명을 실은 버스 석대가 사당역을 떠나 해남으로 출발했습니다.
경부고속도로로 가다가 서해안 고속도로로 옮겨 타서 달리기를 여섯 시간, 중간에 휴게소도 두 번 들르고,
목포를 빠져나와 영산강 하구둑을 달리는가 싶더니 곧 목적지인 해남에 닿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10여년만에 밟아보는 해남땅이었습니다.
우리 일행이 베이스캠프로 삼은 곳은 해남군 문내면 언덕 위에 자리 잡은 우수영제일교회.
임진왜란 때 명랑해전이 벌어졌던 울둘목과 멀리 진도 대교가 내려다보이는 한적한 시골 교회였습니다.
도착 예배후 짐을 풀고 뚝딱뚝딱 샤워장과 캠프 시설을 만들고 저녁 식사를 하는 데 태풍 소식이 들렸습니다.
바로 해남을 관통한다더군요...
걱정과 함께 저녁 집회를 갖고 교회 목사님 사택 옥상에 청년 1.2.3부 부장 취침용(전 청년 3부장입니다.^^) 텐트에서 잠을 청했습니다.
다음날 새벽 네시반 기상. 새벽기도회 참석.. 여섯시 아침 식사..
그리고 바로 이어서 봉사활동 과제중 하나인 교회 옆 지역 어린이 센터의 놀이터 시설 페인트 작업에 들어 갔습니다.
비가 오락가락 하는 중에 사포질과 페인트칠을 거듭하다보니 금세 땀이 흥건해 졌습니다.
시계를 보니 겨우 오전 9시.. 워낙 일을 일찍 시작한 탓에 시간이 얼마 되지 않은 것을 보고 놀랐습니다.
11시 점심식사. 오후에는 인근 마을에 따로 차려진 의료 봉사팀과 노인분들 영정용 사진 촬영 봉사팀에 합류.
수지침과 뜸뜨기를 돕는데 하늘이 심상 찮았습니다.
그예 비는 쏟아지고.. 페인트 칠은 더 이상 진행할 수가 없어 인근 학교 운동장 풀뽑기와 아동센터 도배 작업에 모두 매달렸습니다.
여섯시 저녁 식사. 여덟시 저녁 집회... 사이의 짧은 틈을 이용해서 이 지역 출신 집사님의 운전으로 진도 대교를 건너 진도 드라이브.
비바람이 쏟아지는 하늘을 걱정스레 바라보며 두번째 날 밤을 맞앗습니다.
언덕 위에 지어진 교회는 수압이 낮아 샤워기 물이 눈물처럼 나오더군요. 씻어도 씻은 것 같지 않은... 눅눅한 밤이었습니다.
다시 날은 밝고 새벽기도회와 아침 식사를 하는 동안 무섭게 쏟아지던 비가 작업 시간이 되자 거짓말처럼 맑게 개였습니다.
이런걸 두고 교회에서는 하나님의 은혜라고 하지요.^^
오전 동안 부지런히 남은 페인트칠을 마치고 나니 제법 말끔해졌습니다.
교회안에서는 동네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여름 성경학교가 이틀째 이어지고 도배팀은 독거노인 가정 도배를 하러..
의료팀과 사진팀은 다른 지역으로 봉사를 떠나고.. 멀뚱해진 나는 그 틈에 잠시 숙소에서 몰래 낮잠도 자고..^^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 눈을 떠보니 여기저기서 마을 잔치 공연팀들이 연습에 열을 올리고 있었습니다.
사물놀이팀, 아카펠라팀, 트로트 공연팀.. 악기 연주팀.. 가야금 공연팀..
저녁에는 인근 중학교 체육관에서 마을 잔치를 열었습니다.
노인분들 이백여명을 모시고 저녁식사를 대접하고 순수 아마추어 공연팀의 공연이 두시간 동안 이어졌습니다.
잔치가 끝나고 수건이며 돋보기 선물을 손에 든 어르신들이 떠난 체육관을 전광석화 같이 청소하고..
역시 젊음이 좋더군요. 그많은 테이블과 공연 장비 철수, 그리고 청소까지 삽시간에 해치우는 걸 보고 적잖이 놀랐습니다.
교회로 다시 돌아와 늦은 저녁을 먹고 마지막 집회를 가진 후 녹초가 된 몸을 누이니 밤 한 시.. 그렇게 봉사는 끝났습니다.
마지막 날 아침. 반쭘 조는 눈으로 새벽기도회를 마치고 컵라면으로 아침 식사를 떼우고 철수 준비.
짐을 다시 차에 싣고 폐회 예배를 드린 후 떠나려는데 그새 정이 든 동네 아이들과 여청년들이 여기 저기서 훌쩍 거린다.
차는 정든 교회를 떠나고 땅끝으로 이동.. 안개 속에 빠진 바다를 보며 커피 한잔..
서해 바닷가 해수욕장을 들르니 마니 하다 차는 호남 고속도로를 선택. 서울로 내쳐 달렸습니다.
차 안에서 주먹밥 하나로 끼니를 떼우고 백양사 휴게소 안성 휴게소를 거쳐 서울로 향하는 동안 차 안은 지쳐 떨어진 청년들의
널부러진 모습이 기관이었습니다.
다행히 차는 막히지 않아 교회에 도착하니 여섯시 삼십분.
뒷처리를 청년들에게 맡기고 집으로 돌아와 시원하게 쏟아지는 찬물로 나흘만에 제대로 된 샤워를 했습니다.
뭔가를 얻어 오겠노라 짐짓 다짐하며 한달간 준비하고 다녀온 여름 여행.
고단한 몸과 멍한 정신으로 침대에 누워 생각하니 무엇을 얻었는지는 마땅히 생각이 나질 않습니다.
그저 시간의 한자락을 접고 내일부터 새로운 일을 위해 좀더 부지런히 살아야겠다는 생각만 떠오릅니다.
그것도 얻은 것이라면 얻은 것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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