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停滯)
2010. 9. 13
잊혀졌던 詩를 이야기하고
돌아오는 경수대로에서
詩를 다시 만나겠노라
세상을 정리하고 돌아선 길에
항문에 술과 詩가 엉켜
대장암 선고를 받았다는 시인 선배,
내 어설픈 詩가 바라보던
깃발처럼 펄럭이던 선배의 詩가
쏟아지지 못해 죽어가고 있다는 소식
마흔이 넘으면 죽어도 좋으리 생각했다는
또 다른 시인 선배,
치명적 停滯에 넘어진 후배를 이야기하며
매일 한 편 詩를 쓰고 있노라 한다
詩와 함께 세상을 나섰다
세상에 목메여 詩를 삼킨 사람들
한 사람은 죽어 가며 詩를 생각하고
한 사람은 죽음을 생각하며 詩를 쓴다
나 또한 세상의 끝에 걸려 있으니
나의 詩는 停滯된 죽음이 될 것인가
죽음을 생각하는 탈출이 될 것인가
꽉 막혔던 길이 갑자기 뚫려
휑하니 돌아온 사무실
전화기 속에서 불쑥 들리는 詩의 목소리
내 많이 아프다.
조만간 만나서 난간에 걸린 詩와
쾌변을 이야기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