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舍廊/~2021습작

정체(停滯)

취몽인 2010. 9. 13. 11:58

 

 

 

 

 

 

 

정체(停滯)

 

                                                 2010. 9. 13

 

잊혀졌던 詩를 이야기하고

돌아오는 경수대로에서

 

詩를 다시 만나겠노라

세상을 정리하고 돌아선 길에

항문에 술과 詩가 엉켜

대장암 선고를 받았다는 시인 선배,

 

내 어설픈 詩가 바라보던

깃발처럼 펄럭이던 선배의 詩가

 쏟아지지 못해 죽어가고 있다는 소식 

 

마흔이 넘으면 죽어도 좋으리 생각했다는

또 다른 시인 선배,

치명적 停滯에 넘어진 후배를 이야기하며

매일 한 편 詩를 쓰고 있노라 한다

 

詩와 함께 세상을 나섰다

세상에 목메여 詩를 삼킨 사람들

한 사람은 죽어 가며 詩를 생각하고

한 사람은 죽음을 생각하며 詩를 쓴다

 

나 또한 세상의 끝에 걸려 있으니

나의 詩는 停滯된 죽음이 될 것인가

죽음을 생각하는 탈출이 될 것인가

 

꽉 막혔던 길이 갑자기 뚫려

휑하니 돌아온 사무실

전화기 속에서 불쑥 들리는 詩의 목소리

 

내 많이 아프다.

조만간 만나서 난간에 걸린 詩와

쾌변을 이야기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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