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舍廊/하루 에세이

심란한 추석

취몽인 2010. 9. 20. 11:57

 

 

 

 

 

 

유난히 비가 잦은 올 가을. 그래도 어김없이 추석은 코 앞에 다가 왔습니다.

 

주말부터 뉴스에선 귀성 차량이 35만대가 빠져나갔느니... 50만대가 나갈거라느니... 중계에 여념이 없습니다.

내일 아침이면 비가 개이고 추석날인 수요일엔 보름달을 볼 수 있을거라고 하네요.

 

많은 사무실들이 휴무에 들어갔지만 특별한 일이 없어 오늘도 평촌 사무실에 나와 앉았습니다.

추석 연휴 코앞까지 거래선 결제를 대기하고 있는 친구의 모습이 안절부절해 보입니다. 꼭 남의 일 같지요? ^^

 

뭐 추석이라고 별게 있겠습니까? 그저 밖에 나가지 않고 가족들과 집에 있는 다는 것 말고는 특별한 게 없습니다.

내일 오전에 아내를 도와 부침개 몇 장 부치고 설거지나 도와주고 오후에 어머니와 동생이 도착하면 저녁 먹으며 소주나 한 잔하고..

송편이 없으면 섭섭하니까 동네 떡집에서 한 오천원어치 사오고.. 그 나마도 이젠 잘 먹지도 않더군요. 

추석날 아침이면 기족예배 한 번 드리고.. 오후 되면 어머니와 동생이 다시 상계동 집으로 돌아갈 것이고....

아이들은 친구들과 놀러 나가고 아내와 나는 둘이서 TV나 보다가 소파에서 졸고.. 그렇게 지나갈 것입니다.

 

올해도 추석 전에 아버지 산소는 다녀오질 못했습니다. 벌초는 동네 농부에게 돈 주고 맡겼으니 다른 사람들 보기에 그렇게

민망한 모양은 피했을 것이지만 마음 한 켠에 괜한 미안함이 떠나질 않습니다.

 

언젠가부터 가족이 한 자리에 모이는 것이 불편해졌습니다.

제일 큰 원인은 여전히 제 자리를 잡지 못하고 무위도식하고 잇는 동생 때문입니다. 가족 중 하나에 결핍이있으면 불편합니다.

그것이 동생이기에 어머니는 며느리에게 나는 아내와 아이들에게 늘 미안한 마음입니다. 굳이 내가, 어머니가 다른 가족에게

미안해야 할 이유는 없지만 부끄러움이 미안함으로 드러나는 것 겉습니다.

오히려 본인은 태연합니다. 만사 될대로 되라는 모습으로... 그것이 더 미안한 것이죠.

 

일년 내내 동생이 바로 서기를 기도합니다. 하지만 변하는 건 없습니다. 하긴 기도만 하는 게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그 동생의 변화를 위해 내가 행동하는 건 거의 없으니... 본인이 그냥 있고 기족이 그저 한숨만 쉬고 있는 이런 형편에서

무언가 나아지길 막연히 기대하는 건 헛된 일일 겁니다.

 

어머니 연세가 벌써 일흔 여덟. 동생의 나이 마흔 넷.... 긴 세월이고 또 얼마 남지 않은 시간들입니다.

한숨만 쉬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인데.. 나 역시도 상황이 그렇게 만만치를 않으니 큰일 입니다.

 

어른 넷이 불덩어리를 안고 잇는 듯이 엉거주춤하니까 아이들도 명절날이 그렇게 즐거운 것 같지를 않습니다.

안타까운 일이지요.

 

이래저래 다가오는 명절이 심란합니다. 언제나 아무 생각없이 그저 기쁘고 행복한 명절을 지낼 수 있을지... 참 그러네요.

 

그래도 다들 즐거운 추석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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