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舍廊/하루 에세이

한가한 가을

취몽인 2010. 10. 15. 15:41

 

 

 

 

 

 

일기예보처럼 기온이 뚝 떨어졌다.

 

  어저께, 해야 할 일들을 펼쳐놓고 한 바탕 회의를 거치고 난 사무실은 한 걸음 더 나아간 숙제만 쌓아 놓고 뿔뿔이 흩어졌다.

빈 사무실에 혼자 앉아 1층 커피집에서 사온 아메리카노 한 잔과 슈마허의 책 한 권 그리고 수다스런 라디오 프로그램의

소음을 고스란히 맞고 있다.

 

  책상 옆에는 청도에서 올라 온 햇감 여섯 상자가 차곡차곡 쌓여 홍시가 되길 기다리고 있다. 

다음 주 화요일쯤 되면 충분히 익어 홍시가 된다고 한다. 떫디떫은 땡감을 일주일만에 단맛 가득한 홍시로 만드는 매직,

그건 연화제라는 약품(?) 투여로 가능하다고 한다. 가을날 빈 가지에 매달려 저절로 물러 가던 홍시의 추억은 이제 먼 일이다. 

 

  며칠 문을 닫았더니 블로그를 찾는 손님들이 뚝 끊어졌다. 잘된 일이다. 가을 날에 어울리는 일이다.

며칠전 술자리에서 후배에게 핀잔을 들었다. 무슨 내용이었는지 자세한 기억은 나지 않지만 뭔가 잘난척을 했던 것 같다.

시를 쓴답시고.... 책줄이나 읽는답시고... 분명히 시덥잖은 소리를 했을 것이다. 내 그릇이라는 게 딱 그 수준이다.

 

   법정스님이 추천한 책 50권을 따라 읽다보니 '적절한 소비의 작은 경제 사회'쪽으로 경도되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성장과 소비 지상주의의 신자유주의 폐단을 반복적으로 접하다 보니 일상 이야기 속에서도 그런 주장을 쉽게 내뱉기도 한다.

겨우 책 몇 권 읽었다고 타인에게 그걸 자랑스럽게 이야기 하는, 나는 이 정도의 식견을 가진 사람이야 라고 주접을 떠는

그런 모습이 얼마나 우스울런지는 쉽게 상상이 간다. 나 또한 한 때 그런 선배를 보며 조소를 쏟았던 적이 있었으니까..

촐삭대는 입이 문제이지만 그것보다는 텅빈 가운데 자갈 몇개 굴러가는 정도의 빈한한 머릿 속이 더 한심하다. 반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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