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이면 이제 오십.
지금 버티며 하고 있는 일들을 언제까지 계속할 수 있을지를 가늠하기는 쉽지 않다. 분명한 것은 그리 멀지 않았다는 사실 뿐.
그럼 그 이후에는 어떻게 할것인가? 이 질문이 최근 몇년간 나를 심심찮게 옥죈다. 하지만 경제적이란 측면에서 해답은 쉬이 나타나지 않는다.
그저 사 오년쯤이 지나면 두 딸아이들이 대학을 졸업할 것이고 우리 부부나 저희들의 소망대로 스스로의 밥벌이를 재빨리 하게 된다면
우리 부부 둘이서 먹고 사는데 그리 많은 돈이 필요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위안으로 삼는다.
그러면 오십오세쯤 되는 나이.
나는 막연히 바다가 가까운 시골에서 한적한 삶을 살고 싶다는 희망을 갖는다.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조그마한 텃밭을 가꾸며 여유롭게 살아가는 삶.
지금 사는 집의 전세금을 빼서 자질구레(?)한 빚들을 가름하고나면 남는 돈으로 시골에서 살 집을 마련하는 건 그리 어려울 것 같지 않다. 문제는
다리가 계속 아픈 지금의 내 상태로는 몸을 굴려 경제적 활동을 하기란 앞으로도 어려울 터, 두 입이지만 그래도 먹고 살고 책값 따위라도 마련할 돈
벌이를 어떻게 하느냐가 아픈 발목을 굳게 붙들고 있다. 글을 써서, 글을 팔아 먹고 산다? 내 일천한 글은 상품성이 없으니 어려울 것이다. 이십년 넘게 넣어온 국민역금이 어느 정도 생활비를 보장햐줄 것이다? 정부 하는 꼬락서니를 봐서는 그걸 기대하다간 제대로 낭패보기 십상일 것이다.
구멍가게라도 한다? 누구를 안다고? 어느 마을에서 뜨내기 먹고살라고 구멍가게 자리를 비워 둔 곳이 있을리 만무하다. 힘이 덜 드는 농사를 짓는다?
역시 다리가 문제다.
떠나기 위해선 결국 월 150만원 정도의 고정 수입을 보장할 방도를 마련하는 것이 선결 과제인 셈이다.
지금부터 이 공간에서 그 길을 차근차근 더듬어 가야하리라 마음 먹는다. 갈 곳을 어디로 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오히려 부차적인 것이다.
돈 벌 궁리를 하면서 쉬엄 쉬엄 그곳을 찾는다면 그 또한 작은 기쁨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자, 오십 중반을 넘어 아픈 다리를 굴리지 않고 시골에서 한 달에 150만원을 벌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가?
나의 떠남은 초라하게도 이런 경제적 고민으로부터 첫 발을 내딛는다. 하지만 부끄러워하진 말자. 개처럼 벌어 정승처럼 쓰지는 못할지라도
멀리 바다가 보이는 언덕에서 아침을 맞는 그런 삶을 위해서라면 대책없는 몸 굴리기 외엔 무엇이든 할 수가 있으리란 용기를 격려하자.
무엇으로 150만원을 벌 것인가? 지금 먹고사는 일도 만만찮은 데 그 다음까지 계산하려니 머리는 좀 아프겠다. 그래도 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