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의 매복
2010. 12. 25
쏘나기 쌔리 붓는 장마철이면
앞주디가 뿌사진 수굼퍼 한 자루
살 꺾인 우산 하나 매고
쓰리빠 바람으로 처마밑에 모인다.
질바닥 한 가새 낑낑 구디를 파고
수채 뒤져 시궁창 한 무디기 넣고
흙탕 빗물 걸죽하게 채우고
젖은 작대기 얼기 설기 얹어 뚜껑 맹근다
장마비는 추적추적 진창을 흐르고
쪼무래기들은 삽짝 대문 뒤에 숨어
젖은 쥐새끼 모냥으로 조마조마
암 생각 없는 얼라들 지나길 기다린다
어이쿠!
연탄재 내삐던 이발소 아저씨
허방 구디에 빠져 히딱 자빠지고는
이거 언놈이 이래놨노? 빗속에다 괌치고
조무래기들은 시껍 먹은 발걸음으로
카바이트에 녹아 똥물 구더기 흥건한
대문 뒤 변소로 우루르
숨도 몬 쉬고 문만 꼭 잡고 까르르 떤다
비는 자꾸 자꾸 억수 맹크로 쏟아지고
정구지 찌짐 찌지던 엄마는
아부지 탁주 한 되 사오라 시킬
아들 부르니라 찌그러진 주전자 뚜디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