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舍廊/반고개 추억

비오는 날의 매복

취몽인 2010. 12. 25. 21:48

 

 

 

 

 

 

 

 

비오는 날의 매복

 

 

                                                           2010. 12. 25

 

쏘나기 쌔리 붓는 장마철이면

앞주디가 뿌사진 수굼퍼 한 자루

살 꺾인 우산 하나 매고

쓰리빠 바람으로 처마밑에 모인다.

 

질바닥 한 가새 낑낑 구디를 파고

수채 뒤져 시궁창 한 무디기 넣고

흙탕 빗물 걸죽하게 채우고

젖은 작대기 얼기 설기 얹어 뚜껑 맹근다

 

장마비는 추적추적 진창을 흐르고

쪼무래기들은 삽짝 대문 뒤에 숨어

젖은 쥐새끼 모냥으로 조마조마

암 생각 없는 얼라들 지나길 기다린다

 

어이쿠!

연탄재 내삐던 이발소 아저씨

허방 구디에 빠져 히딱 자빠지고는

이거 언놈이 이래놨노? 빗속에다 괌치고

 

조무래기들은 시껍 먹은 발걸음으로

카바이트에 녹아 똥물 구더기 흥건한

대문 뒤 변소로 우루르

숨도 몬 쉬고 문만 꼭 잡고 까르르 떤다

 

비는 자꾸 자꾸 억수 맹크로 쏟아지고

정구지 찌짐 찌지던 엄마는

아부지 탁주 한 되 사오라 시킬

아들 부르니라 찌그러진 주전자 뚜디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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