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오~다리
2011. 3. 18
잔 돌 우루루 비탈진 골목 두 개
비껴 달려 껑뚱껑뚱 내려가면
비밀처럼 드리워진 이금못이 있었다.
아부지 말로는 낚시도 했다는데
개구락지밥 걸죽하게 끌려오는 못에서
낚시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고
삭은 타이아 잘라 곰줄 만드는 아저씨와
철개이 쫒는 아이들만 칠랄팔락 했었다.
겨울 아이들 삼킨 얼음 숨구멍 자리
버려진 탯줄 보자기와 개구리 한 마리 무심하게 끔벅거리고
꼬리에 호박꽃 가루로 화장시킨 부리 한 마리
나이롱 끈에 달려 비루하게 날고 있었다.
오~오~ 다리 오~오~다리
뚝방을 달리며 빙빙 도는 아이들 소리
저 멀리서 놋쇠 꼬챙이같은 숫놈 부리 한 마리
꺼떡꺼떡 날아와 집적대더니 푸드득 가짜 암놈 꼬리를 덥쳤다.
휙 잡아챈 꼬맹이 나이롱줄 끝에서
속은 줄도 모르고 헐떡이던 푸르른 욕정
바람이 서쪽에서부터 불그레한 하늘을 몰고 오는 시간
고함지르는 아이들 손가락 사이에서
실패한 사랑은 진저리를 치고
오래되고 조금씩 묻혀져가던 이금못이
오~오~다리
저무는 시간을 오래 오래 불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