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2년 광주에서 태어난 시인
80년 광주사태 때는 그의 나이 서른 아홉.
고등학교시절 지역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됐다는 시인의 시는 분노와 고통의 목소리.. 저항의 목소리가 일관된다.
그러다보니 아름다움의 감정이나 감동과는 거리가 있는 메마른 사막을 걷는 고통 같은 것들이 머릿속을 맴돈다.
썩 유쾌하지는 않은... 그러나 시가 반드시 유쾌해야 한다는 법이 있는가?
사유의 깊이. 시어를 조화시키고 끌고 나가는 능력, 일관된 저항의 이미지로 한 목소리를 내는 능력..
내적 고통 속에서 시를 쓴 능력있는 시인의 성과를 부러워하는 소득은 분명히 있다.
봄 / 이성부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
어디 뻘밭 구석이거나
썩은 물 웅덩이 같은 데를 기웃거리다가
한눈 좀 팔고, 싸움도 한판하고,
지쳐 나자빠져 있다가
다급한 사연 들고 달려간 바람이
흔들어 깨우면
눈부비며 너는 더디게 온다.
더디게 더디게 마침내 올 것이 온다.
너를 보면 눈부셔
일어나 맞이할 수가 없다.
입을 열어 외치지만 소리는 굳어
나는 아무것도 미리 알릴 수가 없다.
가까스로 두 팔을 벌려 껴안아 보는
너, 먼 데서 이기고 돌아온 사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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