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물이되어 /강은교
우리가 물이 되어 만난다면
가문 어느 집에서들 좋아하지 않으랴,
우리가 키큰 나무와 함께 서서
우르르우르르 비오는 소리로 흐른다면.
흐르고 흘러서 저물녘엔
저 혼자 깊어지는강물에 누워
죽은 나무 뿌리를 적시기도 한다면,
아아, 아직 처녀인
부끄러운 바다에 닿는다면 .
그러나 지금 우리는
불로 만나려 한다
벌써 숯이된 뼈 하나가
세상에 불타는 것들을 쓰다듬고 있나니.
만리 밖에서 기다리는 그대여,
저 불 지난 뒤에
흐르는 물로 만나자.
푸시시푸시시 불 꺼지는 소리로 말하면서
올 때는 인적 그친
넓고 깨끗한 하늘로 오라.
詩를 쓴답시고 하면서 제대로 외는 시 한 편이 없었다.
강은교 시인의 오래된 그러나 소중한 시집을 읽다가 전부터 좋아했던 詩 한 편을 외우기로 맘 먹었다.
퇴근길 남태령을 넘으며 며칠을 외웠다. 그런데 여기 옮겨 쓰려니 또 헷갈린다.
결국 인터넷에서 다른 사람이 적어 놓은 것을 복사해다가 붙였다. 이 머리로 뭘 할 수 있을까 싶다.
예순이 넘고 일흔을 바라보는 강은교 시인..
그녀의 신인 시절 詩들이 담긴 시집 '풀잎'을 손에 넣은 건 기쁜 일이다. 그것도 중고책으로..
시인의 詩들은 슬프고 허무하다. 모래와 바람과 하늘과 물 그리고 무덤까지 슬프게 흐른다.
이해 못할 부분도 많다. 하지만 이해 하지 못해도 애잔하다. 쓸쓸하다. 마음이 무거워진다.
詩란 이렇게 읽는 이의 마음을 흔드는 것이어야하거늘 내 詩는 고작 나 하나도 제대로 흔들지 못한다.
나는 아마도 죽을 때까지 제대로 된 詩人은 되지 못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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