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詩는 詩가 아니다' 라는 말은 상당 부분 일리가 있는 말이다.
아무리 훌륭한 詩人의 詩일지라도 그 시인의 모국어로 씌여진 詩의 의미와 감동을 번역시는 감당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번역자가 도무지 그 시인의 역량을 대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말라르메...
보들레르, 랭보와 더불어 프랑스 상징주의의 대가인 이 시인의 詩를 읽으며
뭔가 치열한 예술 세계가 펼쳐져 있는 것 같기는 한데 도무지 온전히 받아 들일 수 없는 것은 역시 번역시의 한계도 작용하는 것 같다.
물론 가장 큰 이유는 나의 함량 미달이겠지만...
최근 들어 외국어의 중요성을 새삼 느낄 때가 많다.. 특히 문학을 비롯한 책을 읽을 때...
그 제대로 된 의미를 스스로 읽어내지 못하고 한 칸 건너서 누군가 대신 이야기하는 것을 들어야만 하는 답답함 같은 것 때문에...
그러나 어쩌겠는가? 이미 늦은 것을.....
샤를르 모롱이라는 사람이 말라르메 시를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詩가 환기하는 대상이 처녀이건, 무덤 파는 사람이건, 성 세실이건, 욕망의 목신이건, 무덤이건, 화장하는 여인이건
퐁뗀느블로의 숲이건, 하수구건, 파도와 거품이건, 황금접시에 받쳐든 세례 요한의 머리이건,
그 대상의 존재 속에는 밀도 짙은 관조와 정확한 톤의 균형, 다져서 지은 화음의 엄밀성 등이 확연하게 감지된다.
이 시집 속에 단편적으로나마 소개된 시편 만을 읽는 사람들에게도 페이지마다 어조가 얼마나 변용하는 지 잘 판단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변용 하나 하나 마다 詩는 절대적인 정직성의 힘으로 스스로를 확인하고 그와 동시에 그 섬세한 변조는 개개의 힘을
파괴하지 않은 채 계속된다.
이것을 나는 말라르메 詩의 특징 즉 그의 "투명성"이라 부르겠다.
안타깝게도 이 사람의 말을 지금 나는 온전히 다 이해할 수가 없다. 나의 예술은 이렇게 얕은 곳에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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