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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소묘 92

취몽인 2011. 10. 7. 18:03

 

 

 

 

송년소묘 92

 

 

 

 

 

  빚 잔치가 끝난 줄 알고 있다 뒤통수를 얻어맞은 마누라 악다구니가 냅다 부딪힌

알정강이 아픔으로 꽂힌다. 멀리서 드랭사인이 변주되어 흐른다. . .. 끝났다. 

떠오른 뒷 굽이 반쯤 튿어진 마누라 구두. 몇 문인지 알 수가 없다. 구두를 사줘야겠다.

..... 빚으로..

 

  주머니 속 만 칠천원

 

  윗집 아줌마 한테 빌린 내 용돈. 큰 놈과  동갑내기 딸이 있는 피아노 교실하는  정보

기관 다닌다는 남편을 둔 자가용도 있는 우리 딸 같은 얘는 피아노 못 배운다던 그래서,

원통해서 썅년! 욕하며 마누라를 울게 한 윗집 아줌마한테 빌린 돈

 

  나는 연봉 이천만원짜리 광고회사 간부. 운전면허만 따면 차도 뽑아 준다는데.. 

빌어먹을 말라빠진 마누라는 뒷굽 다 떨어진 구두를 끌고 다니고 큰 놈은 피아노를 못 배워 

늘 운다.

 

  커다란 두 눈으로.

 

 

 

1992년 12월 초고 / 2011.10.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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