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舍廊/사랑하는 사람들

홈커밍

취몽인 2011. 10. 10. 12:07

 

 

 

 

 

 

 

 

홈커밍

 

 

 

사진은 일부러 찍지 않는다

30년은 사진으로 담기엔 너무 큰 시간

마음 속에서 쌓이다 아름답게 지워지기를

이름표를 확인하고 오른 손을 주고 받으며

돌아온 기억들을 황망하게 맞이한다

 

맥주는 너무 싱겁다

30년을 묵어 바싹 마른 안주에겐 너무 낮은 도수

쉽게 일어서지 못하는 설움을 불러

쳐다보고 또 쳐다보고 함께 손들어

비틀대는 그리움에게 건배를 한다

 

스승은 너무 젊다

30년이 너와 나의 어깨에 내려 앉았는데

저기 걸어오는 노인들이 오히려 너를 닮았다

아무 것도 받은 것이 없노라 믿었던 세월

절을 하며 나를 받았다 눈물 짓는다

 

밤은 너무 짧다

30년이 깊은 꿈으로 일어서기엔 턱없는 어둠

술을 마시고 노래를 불러도 멈추지 않고

취해 떠들어도 너는 여전히 슬프게 웃는다

여기에 있는 너 여기에 없는 너 잠 못 이룬다

 

운동장은 너무 좁아졌다

30년 달려 터벅터벅 걸어보는 깊은 트랙

교정을 향해 손 흔들자 박수치는 풍경들

너는 왜 지금 이 곳을 걷고 있는가

붉은 발자국들 사이로 맺히는 그리움

 

낮은 게으르다

30년을 비추던 태양이 느리게 흐르는 동안

차양 구석구석 웅크리고 앉은 기억들

앞을 이야기하는 너 지금을 부끄러워 하는 너

뭉특한 마음으로 지금의 매듭을 묶는 피로들

 

하루는 무겁다

30년이 죄 쏟아져 질펀한 흙바닥이 깊다

우리에게 내일은 어떻게 열릴 것인가

다시는 못볼 것 같은 몇몇 얼굴들

곁눈질로 가슴에 새기는 해가 기운다

 

용기는 튼튼하다

30년을 거둔 등짐으로 무겁게 다시 나서는 교정

밤새 설움을 토하던 너를 향해 말한다

아무도 탓하지 말라 그저 어깨 하나 빌려주고

가끔 바라보는 그리움이나 보태며 살자

 

30년은 살아있다

30년은 얼기설기 엮인 우리들의 빛나는 그물

날것의 새로운 용기가 펄펄 뛰는

쉽게 잊혀지지도 잊을 수도 없는 인연의 물고기떼로

벗어나도 또다시 얽힐 목숨같은 싱싱한 친구들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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