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舍廊/사랑하는 사람들

양의구

취몽인 2015. 6. 22. 17:28

 

 

양 의 구

 

 

 

 

삼십년쯤 전 서린동 낙지골목 옆

넥타이 매고 짐자전거 탄 의구가 왔다

그 떈 보험 영업사원이던

우리 회사 달력 한 뭉치 얻으러 왔었다

그때도 머리숱은 별로 없었다

 

그 뒨 지 앞인 지는 잘 모르겠다

순화동 중앙일보 뒷 골목 동기들이 모였다

"아인나? 그자나?"를 외치며 의구가 떠들었다

씨익 웃는 긴 입과 사나운 눈매

왜 의구가 앞장을 섰는 지는 지금도 모른다

 

동대문 야구장에서 자주 목청 높이던 때

그 즈음에 의구도 동대문에 있었다

나나인치니 레이스니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일

그래도 신나게 침 튀기며 자랑하던

내 기억에 의구가 가장 잘나갔던 시절이지 싶다

 

그 뒤부터는 소문이다

친한 친구한테 뒷통수를 맞았다.

다 털어 먹고 살림도 다 깨졌다 인생 막장됐다는 소문 소문

그래도 어쩌다 한 번 씩 볼 때는 여전했다.

눈이  좀 더 무서워졌다 

 

세월은 터프하게 흘러

다시 나타난 의구는 터프한 트럭을 몰고 있었다

집채만한 차에서 먹고 자고

야구장에도 트럭을 몰고 나타났지만

트럭은 한 번도 못보고 의구 얼굴이 트럭 같았다

 

얼마 전 들은 소식

한 동안 살았던 이천으로 다시 올거라는 소식

어쩌면 지금쯤 덜컹 거리고 올라오고 있을지도 모른다

털 박힌 돼지껍데기 같은 머리통이며 수염이며

"아 인나? 그라이끼네.." 느리게 쏟으며

 

갑자기 의구 생각이 왜 났는 지는 나도 모르겠다

푸줏간 바랜 핏빛 같은 눈빛으로

선창가 비린내 같은 몸짓으로 꺼떡꺼떡 걷던 

의구 생각을 하면

그리스인 조르바 생각이 나는 건 또 왜 그런지 모르겠다

 

 

 

2015. 06.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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