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학년 팔반
열두 살 오학년이 끝나고
열세 살 육학년으로 떠나는 시간
안경 낀 조영훈 선생님은 통지표를 건냈다
다른 것은 보이지 않았다
수가 달랑 두 개
지금까지 받은 열 번의 통지표 중
가장 가난한 통지표
아이들은 육학년으로 떠나고
이월의 마른 햇살만 남은 교실
비듬으로 빡빡 민 머리를 책상에 심고
펑펑 울었다
서럽고 억울하고 불안해서 울었다
누군가 등을 두드렸다
예쁜 현숙이가 마음처럼 서 있었다
눈두덩이가 띵띵한 나를 보고
추상같던 아버지는 암말도 안했다
암말도 안해 더 분했다
봄방학은 녹지 못하고
조영훈 선생님은 내 오학년에 붙들려 있었다
수가 두 깨뿐이라니
나의 열두 살은 도무지 앞으로 나가지 못했다
열세 살 육학년은 치열했다
수는 다시 일곱 개가 되고
나는 조영훈 선생님을 조롱했다
그러나 그뿐 다시는 치열해지지 못했고
나는 수 우 미 양으로 섞여 살았다
예쁜 현숙이는
수용이 자전거 뒤에 타고 다닌다는 소문으로 떠돌았다
열두살 오학년 팔반은 지금도 내곁에 있다
내곁에 섰던 그녀도 아직 내 마음 속에 서있다
2011. 12.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