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 바이러스
띠리리리 리리리리리
사흘에 한 번 꼴로
베토벤은 삼거리에 나타난다
싸구려 신디사이저로
엘리제를 위하여를 연주하면
뒷골목 깊숙한 곳에서부터
접신된 사람들이 끌려 나온다
제각기 묵은 악기들을
가슴에 안고 어깨에 지고 땅에 끌면서
연주가 끝나기 전에 닿으려
반쯤 꿴 신발 바람으로 달린다
무대는 늘 서두른다
곧 떠날 듯한 건들거림으로 서서
거만한 관람료를 받는다
며칠 묵은 그림자들을 꾹꾹 눌러 담은 채
사과 궤짝이 무대로 올려지고
고무 다라나 플라스틱 바케스가 날아 오른다
박수들은 산처럼 쌓인다
앵콜은 거칠어 때로는 부숴지고 깨지고
항의는 할 수 없다 해도 소용없다
공연은 안타깝게 짧았다
동그랗게 관객을 남기고
높아진 무대는 비칠거리며 떠난다
뒤늦게 뛰쳐 나오는 이들
고함을 질러도
끄집어 낸 내장 되집어넣을 수 밖에 없다
멀지 않은 곳에서 무대는 다시 열리지만
따라가기에는 너무 무겁다
막이 내린 삼거리는 텅 비고
내당 시장 쪽 언덕 위에서 연주는 이어진다
띠리리리 리리리리리
2011. 12.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