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舍廊/반고개 추억

6학년 13반

취몽인 2011. 12. 21. 22:28

 

 

 

 

6학년 13반

 

 

 

 

육학년 첫 날

교실에서 비행기를 날리다

처음 보는 선생님에게

눈물이 쑥 빠지도록 혼이 났다

 

강준영선생님

잎다섯이라는 동화책을 낸

동화작가 선생님

코끝이 약간 얽은 선생님은 무서웠다

 

차정훈 박성실 김영민

우리 반엔 똑소리 나는 여학생 셋이 있었다

옆에 가면 바람 소리가 쌩쌩 났었다

아이들은 끼리끼리 어울렸다

 

이학기 반장 선거 때

나는 '내가 반장이 되면...' 어쩌구 했고

우철이는 '나는 반장이 되고 싶습니다'라고 했다

반장은 우철이가 나는 부반장이 됐다

 

영호 상옥이는 어린 건달이었다

칠판에 이름을 적으며

우철이는 가만 있었다

자습 시간엔 달래느라 생고생을 했다

 

선생님은 우리에게

동시를 짓게 하셨다

몇 번인가 복도에 내 동시가 걸렸다

37년 뒤 나는 삼류 시인이 됐다

 

성당동 좁은 아파트에 살았고

나중에는 파동 어딘가에 살았던

선생님은 일찍 돌아가셨다고 들었다

나한테 몹쓸 싹만 심어 놓으시고

 

 

 

 

2011. 12. 21

 

 

 

 

 

 

 

 

'詩舍廊 > 반고개 추억'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과 도둑  (0) 2013.02.05
1학년 2반  (0) 2011.12.23
베토벤 바이러스  (0) 2011.12.19
오학년 팔반  (0) 2011.12.16
배꼽 마당  (0) 2011.1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