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머지 열흘
2011. 12. 20
2011년이 열흘 남았다. 정확히 열 하루 남았다.
살아있는 사람은 살아가게 마련이라는 말이 참 맞다는 생각이 든다. 실업자와 다름없는 생활을 한 지도 어느새 두 해.
늘 대책없는 내일, 무너져 버릴 것 같은 시간을 걱정하며 살았는데 아직도 쓰러지지 않고 그 걱정을 여전히 하며 버티고 있다.
그러는 사이 시간은 계속 흘렀고 무저갱 같은 쉰의 끝이 보인다. 불안해 하면서도 아내는 오똑이처럼 다시 일어나 여전히
성실하고 아이들 공부도 어찌되었건 결승점이 저 멀리 보인다. 속으로는 어쩐지 모르지만 크게 다치지 않고 어른이 돼가고
있는 느낌이다. 물론 어머니는 점점 노쇄해지시고 장모 또한 많이 무너져 내리고 있어 이별을 준비하지 않을 수 없어 보인다.
어쩌겠는가. 시간은 그렇게 가고야 마는 것을.
용기를 가지고, 자존심을 버리고 무엇이든 하리라 거듭 다짐한다. 하지만 그 무엇이든이 쉽사리 나타나질 않는다.
시를 붙들고 용르 쓰는 일도 사치라는 생각을 그칠 수가 없다. 어찌어찌 제대로된 등단을 하게 된다 할지라도 그 자리가
그 무엇이 되겠는가. 그래도 그 무엇을 기다리고 찾는 시간 동안 넋 놓지 않고 시라도 쓰며 버틸 수 있어 한 편 다행이긴 하다.
나머지 열흘, 이빨을 뽑아놓은 덕에 소득없는 술자리를 다 피하고 조신하게 지낼 수 있을 것이다. 건강한 몸으로 그 무엇을
찾아야 하리. 멈출 수 없으므로. 쉰 하나의 한 해가 지금처럼 나를 버텨주리라 기대할 수 없으므로 나는 그 무엇을 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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