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舍廊/하루 에세이

무책임한 욕심

취몽인 2011. 12. 21. 13:13

 

 

무책임한 욕심

 

 

 

2011. 12. 21

 

 

  몇 군데 신문사에서 2012년 신춘문예 당선자들에게 연락을 했다는 메시지들이 SNS에 오르고 있다.

재미로 블로그에 신춘문예 관련 글을 몇 개 올렸더니 방문자 수가 급등한 걸 보면 여전히 이 세모의 과거시험에 목놓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부끄럽지만 나도 난생 처음 세 군데 신문사에 응모를 했었다. 물론 당선에 대한 기대는 별로 하지 않는다.

하지만 사람이란게 참 간사하다. 복권 당첨될 확률이 길거리에서 지나가는 아무 사람이나 붙들고 그 사람 핸드폰 번호를 맞출 수

있는 정도라는데도 사람들은 복권을 사자 마자 당첨될 경우 가장 먼저 무엇을 할 것인가를 꿈꾼다고 한다. 나또한 일개 필부에

불과하니 얼렁뚱땅 쓴 시 몇 편 보내 놓고는 당선 사례를 생각해보기도 했다. 그때마다 내 마음 속에선 "정신차려, 이사람아" 하는

목소리와 "왜 혹시 알아?"하는 목소리가 서로 실랑이를 벌이곤 했다.  

 

  어제 응모한 시편들을 다시 읽어봤다. 얼굴이 화끈했다. 보낼 땐 그럴듯 했던 시들이 어찌 그리 가소롭게 보이는지..

그러다 오늘 아침 어떤 분의 블로그에서 신경림시인이 말씀하신 '시란 무엇인가'라는 텍스트를 읽어보니 내 시의 가소로움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 지를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다. 말재주, 유행 흉내내기.. 뭐 이런 것들이 내 시에 덕지덕지 앉아 있었다.

지금 읽고 있는 모리스블랑쇼의 책이나 옥타비오 파스의 책에서도 반복해서 말하고 있지만 모름지기 시란 깊이 있는 자기 철학을

갖춘 자가 가슴 속에서 절절하게 끓이고 농축해서 토해놓을 때 가치를 갖는 법. 내게는 그런 절절함도, 깊은 성찰도 없으면서

시를 쓴다고 내지르고 있으니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누군가가 그 정도면 신춘문예에 한 번 도전해 볼만하다라고 던진 한 마디에 앞 뒤 안보고 덥석 봉투에 담아 우편으로 보낸 시들은

다름아닌 내 가난한 욕심일 것이다. 이제 겨우 동호회 서정시에서 벗어나 시가 뭔지 깨닫는 중인 주제에 왠 등단 욕심이란 말인가

이런 허술하고 치기어린 껍데기가 아직도 단단하거늘 어떻게 익은 시가 나올 수 있겠는가. 반성, 또 반성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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