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소 다섯 마리
건기,
집요한 태양의 높이 대신 벽난로가 심장을 태우는 넓은 거실
바짝 마른 마라강 하류의 발자국이 드문드문 양털 카페트 위로 찍혔다
등짝 위에 앉아 신문을 읽던 이가 나가자 애비의 뿔이 둘째의 어깨에게 묻는다
이제 곧 비가 오겠지
조금은 더 있어야 할 거예요
탈색되어 빛나는 낯선 가죽이 희죽 웃는다
모두들 하늘만 쳐다보고 있을 겁니다
악어에게 뒤축을 물린 막내는 어쩌고 있을까요
맏이를 짊어 진 애미의 무릎이 걱정한다
창문 너머로 매인 젖소 한 마리 길게 운다
우기,
뭉텅 잘라진 둔덕 위로 비가 내리면 세렝게티가 거꾸로 흐를 시간
반들반들한 기억으로 어슷하게 마주선 두 개의 다섯 마리
낯선 뿔로 어깨로 무릎으로 가죽으로 엮인 메마른 직립의 무리
그 진탕 깊은 마라강 달려가고 싶은 풍덩 뛰어 들고 싶은 마음이 고여
카페트 깊숙히 발목뼈만 찌르고 또 찌르고 빈 거실을 질주한다
2012. 2.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