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울음 구멍
멀리 추위에 납작 엎드린 덕수궁이 조용하다
하늘 높은 정동에 풍경이 스며드는 밤
창문을 가린 현수막에 찍힌 낙인 몇 개
바깥을 보며 뭐라 외치고 있는 지는 알 수 없고
나가고 싶어 바깥을 보고 싶어
소 한 마리 얼굴을 디밀고 우우 운다
담배 연기 몇 줄기 서둘러 빠져나가면
눈으로 코로 비집고 들어 오는 차가운 호기심들
나를 바라보고 있지만
나를 데리고 바깥을 바라보고 있는 낯선 소
화난 마음을 화인 찍으며 왜 소를 생각했을까
정동 하늘 한 가운데 소 한 마리를 왜 걸어 놓았을까
담배를 태우며 소 한 마리를 태운 이는
이 자리에 서서 소가 생각을 하게 되리라
꿈에라도 생각했을까
어둔 바람이 다시 올라오자 소는 펄럭이며 앞 뒤로 또 운다
2012. 2.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