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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둘

취몽인 2013. 1. 15. 16:07

 

 

그림자 둘

 

 

 

어제와는 달리 오늘은 상당히 차분하게

그리고 부분적으로는 완고하게 지울 수 있었어요

내것이 사라진 지는 벌써 오래 전

곁을 넓히며 조금씩 얻고 있는 내일들

끝이 어떻게 될런지는 가늠할 수없어요

사라진 이의 미래란 알수 없음을 넘어 도대체 있기나 한 것일까요

끝에서 앞을 향하는 일이란 참 무모하며 무책임한 일이지요

지워진 것들이 그림자로 머물며 주변을 다시 지우는 일이라니

자꾸만 앞당겨지는 경계

앞을 지우며 소멸을 향하는 전진

지워지며 울고 있는 당신

두려운 미소, 완전히 지워지면 편해질거예요

하지만 가능하면 천천히 지웠으면 해요

지워지는 나는 지워진 당신이 무서워요. 당신은 어디에 있나요

나를 지우는 당신은 그럼 누군가요. 우린 저만치에 있어요

나는 아무 곳도 아니고 당신은 저곳이예요

하지만 저곳도 곧 지워질 것이고 당신도 아무 곳도 아니겠죠

미안해요. 당신마저 지워서.

아니예요 지우는 것은 내가 아니랍니다

난 그저 지워졌을뿐,

지워진 이가 무엇을 지우겠어요. 난 아무 것도 아니랍니다

멀리서 또 시간이 밀려오네요.

보세요.난 지워졌는데 저렇게 차곡차곡 지워지잖아요.

당신도 다 지워지고 나면 끝이 날까요.

이 물귀신 같은 소멸 말이예요.

 

 

2013. 1. 11 . 새벽 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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