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과 기억력 그리고 절대적인 것
최은미의 단편을 읽는다
2003년에 죽은 홍콩배우 리 나는 그를 잘 안다
얼굴은 또록한데 이름이 떠오르지 않는다
리 라는 성이 기억을 가로 막는다
주인공은 시안으로 간다 기억 속에서 그의 동생은 나시리아로 간다
리는 24층에서 뛰어내려 죽었다 대구 지하철에서는 사람들이 불타 죽는다
동생은 죽었을 것이고 주인공은 왜 나시리아 대신 시안을 가는가
시안과 리의 죽음 나시리아와 동생의 죽음 그는 왜 대구 지하철의 죽음을 이야기 하는가
기억은 리의 이름을 더듬는다 동그란 그리고 약간 까무잡잡한 리의 얼굴
패왕별회에서의 덧칠해졌던 얼굴 리, 리.. 아 그 뒤는 뭐란 말인가
사스로 중국인 친구가 한국을 떠나고 동생이 츄리닝을 벗어놓고 나시리이로 떠나
한꺼번에 모든 것이 떠나 버린 느낌에 사로잡혔던 주인공은 왜 갑자기 다시 대구 지하철로 왔을까
아빠, 뜨거워..*
눈물이 왈칵 돋아오른다
둘째 딸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런 일은 안돼. 상상도 할 수 없어.
주인공의 동생의 죽음도 리의 이름도 집어 던진다
결국 리의 이름은 떠오르지 않고
나는 소설을 읽다 말고 덮는다
* 최은미의 소설 '너무 아름다운 꿈' 중
* 리는 장이었다
* 2011. 8. 9 초고 / 2013. 1. 4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