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舍廊/~2021습작

오월 밤

취몽인 2013. 5. 9. 23:14

 

 

 

오월 밤

 

 

 

오월. 하면

마음이 괜히 탱글탱글

 

그 풋풋 여문 계절

초저녁 반주 한 잔에 겨워

깜빡 잠이 들었다

 

머리 맡에서

웅웅 소리 들려 실눈 뜨니

아내와 큰 딸

인생 철학이 소소하다

 

잠 깬 이도 멋적고

깨운 이들도 멋적어

뒷짐 지고 어슬렁 나선 베란다

어둠이 반들댄다

 

모퉁이 화단에서

부숴진 불빛 하나 걸고

점잖은 밤비가

꽃난리를 주저앉히고 있다

 

그곁에 흠뻑 젖은

플라타너스 한 그루

있는 힘껏

새 잎 한 장 밀어내는 중

 

자다 깬 눈 앞에

부산스럽게 계절을 짓는 저것들

깜깜한 소꼽놀이

오월 밤

 

 

2013. 5. 9 초고 / 2013. 5. 15 수정

 

 

 

 

'詩舍廊 > ~2021습작'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개 망신  (0) 2013.08.16
연재  (0) 2013.06.16
해체  (0) 2013.05.02
결혼기념일  (0) 2013.04.25
청춘  (0) 2013.0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