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 밤
오월. 하면
마음이 괜히 탱글탱글
그 풋풋 여문 계절
초저녁 반주 한 잔에 겨워
깜빡 잠이 들었다
머리 맡에서
웅웅 소리 들려 실눈 뜨니
아내와 큰 딸
인생 철학이 소소하다
잠 깬 이도 멋적고
깨운 이들도 멋적어
뒷짐 지고 어슬렁 나선 베란다
어둠이 반들댄다
모퉁이 화단에서
부숴진 불빛 하나 걸고
점잖은 밤비가
꽃난리를 주저앉히고 있다
그곁에 흠뻑 젖은
플라타너스 한 그루
있는 힘껏
새 잎 한 장 밀어내는 중
자다 깬 눈 앞에
부산스럽게 계절을 짓는 저것들
깜깜한 소꼽놀이
오월 밤
2013. 5. 9 초고 / 2013. 5. 15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