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추를 채우면서
(천양희)
단추를 채워 보니 알겠다
세상이 잘 채워지지 않는다는 걸
단추를 채우는 일이
단추만의 일이 아니라는 걸
단추를 채워 보니 알겠다
잘못 채운 첫 단추, 첫 연애 첫 결혼 첫 실패
누구에게나 잘못하고
절하는 밤
잘못 채운 단추가
잘못을 깨운다
그래, 그래 산다는 건
옷에 매달린 단추의 구멍 찾기 같은 것이야
단추를 채워 보니 알겠다
단추도 잘못 채워지기 쉽다는 걸
옷 한 벌 입기도 힘들다는 걸
'이야기舍廊 > 좋은 詩 모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쓸쓸하고 장엄한 노래여/ 기형도 (0) | 2013.09.11 |
---|---|
[스크랩] 아내는 더 낮은 음역에서 산다 –박형권- (0) | 2013.09.04 |
반가사유/류 근 (0) | 2013.06.16 |
[스크랩] 적막 소리 / 문인수 (0) | 2012.02.01 |
구직 / 김기택 (0) | 2011.12.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