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여행
기차가 한강 철교를 지날 때마다 안도한다
뿌연 얼굴로 드러누운 한강은 깊고 끈질긴
경계 오래전 이 무표정한 넓이를 건너온 후
한 번도 온전히 남쪽으로 내려가지 못했다
기슭만 오가며 쇠락하는 반환 철컥철컥 기
차는 철교를 씹으며 달린다 흐린 마음에 붙
들린 그림자는 보이지 않는다 한 시간을 달
려 평택 즈음 삼분의 일이 지났다 설레이는
회복은 이제 겨우 두 시간이 남았다 창밖
가을의 뒷모습은 창백하다 흐린 탓이다 커
피 파는 여승무원을 마냥 기다리며 손에 든
책을 풍경에 버무려 읽는다 주인공은 나보
다 더 옹색하다 하인리히 뵐은 초라한 48
시간을 소설에 담았고 나는 초조한 48 시간
을 거리에 담는다 온전히 돌아갈 때는 더 가
벼우리라 불편하게 기다릴 아제 숙취를 걱정
할 친구 목적지는 각기 제 나름대로 흔들리
고 기차는 덜컹 가난하게 천안역에 닿았다
2013. 11. 14 초고 / 2013. 12.12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