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舍廊/~2021습작

아르바이트

취몽인 2013. 12. 12. 16:13

 

 

아르바이트

 

 

 

너무 깊이 따지지는 않는다

돌아올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어림 잡아도

가늠할 수 있는 몰락

생각을 지워도

은총을 주렁주렁 걸어도

바뀌지 않을 것이다

 

남은 것은 시간과 두려움뿐

눈 내리는 창가를 지나

언 땅에 삽을 꽂는다

낡은 깃발 하나 건방지게 걸고

날렵한 삐끼에게 나를 판다

가격은 알아서 하시라

나는 추락을 완충할 두께만 필요하다

 

닳은 문자를 팔아도 좋다

하드디스크에 저장된 어제를 팔아도 좋다

바로 설 수 없는 발목만 아니라면

나의 모든 저녁을 온전히 주어도 좋다

오래된 잎이 시든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묵은 시간이

의외로 쓸모있을지는 모르는 일

 

낯 모르는 그대여 부디 나를 부르라

 

 

 

2013. 1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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