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바이트
너무 깊이 따지지는 않는다
돌아올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어림 잡아도
가늠할 수 있는 몰락
생각을 지워도
은총을 주렁주렁 걸어도
바뀌지 않을 것이다
남은 것은 시간과 두려움뿐
눈 내리는 창가를 지나
언 땅에 삽을 꽂는다
낡은 깃발 하나 건방지게 걸고
날렵한 삐끼에게 나를 판다
가격은 알아서 하시라
나는 추락을 완충할 두께만 필요하다
닳은 문자를 팔아도 좋다
하드디스크에 저장된 어제를 팔아도 좋다
바로 설 수 없는 발목만 아니라면
나의 모든 저녁을 온전히 주어도 좋다
오래된 잎이 시든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묵은 시간이
의외로 쓸모있을지는 모르는 일
낯 모르는 그대여 부디 나를 부르라
2013. 12. 12